바비도 - 1986년도 제17회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성한 지음 / 동천사 / 1986년 7월
평점 :
품절


첫대사 「일찍이 위대한 것들은 이제 부패하였다.」햐 ∼! 뭔가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듯한 이 첫분장이 나의 호기심을 극도로 자극 시켰다. 바비도, 음…우선 이 사람은 정말 평범한 너무 평범해서 하찮기 까지한 그런 소시민이다. 그는 몰락한 교회를 향해 어떤식의 선택이 정의를 살리는 일이고, 세상을 구하는 일인지, 한치의 흔들림 없이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가 택한 건 정의를 위한 죽음이었고, 그건 외로움과 고독 끝에 맡보게 되는 인간적이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죽음 속에서 진정한 인간다움을 보여준다. 부패한 교회 세력가들의 거대한 위선, 재판정에서 죽는게 두려워 자신의 신념을 바꿔 버리는 사람들... 거기에 바비도는 분노를 느끼며 스스로의 길, 죽음을 택한다. 바비도의 분형날, 모든 민중은 그를 향해 원망과 증오를 퍼붓는다. 자신은 죄가 없다면, 헨리 4세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불길로 타오른다. 여기까지다.

여기까지 봤을 때, 내가 주목하게 된 것은 첫문장 이었던 「일직이 위대한 것들은 이제 부패하였다.」이 부분이 무슨 의미냐 하는 것이었다. 성스럽고, 위대했던 교회의 부패, 처음에는 그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바비도가 끝까지 정의를 지키며 타 죽는걸 봤을 때 내 생각은 점점 바뀌어 갔다. 어쩌면, 그 일찍이 위대한 것이란 '사회정의 혹은 진정한 양심'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 위대한 것으로 똘똘 뭉친 바비도에게 민중은 모욕을 가했고, 그리고, 그 모욕을 받은 위대한 것은 연기로 피어올랐다. 그로써 이 시대에는 정의로움과 양심이 사라졌다는 걸 작가는 말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아! 아니 어쩌면 마지막 헨리 4세의 깨우침에 아직은 정의의 불씨 정도는 남아 있다. 뭐 이런 것을 제시하려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저 계속 생각해 봤다.

너무 특이하고, 뭔가 멈춰 서버린 느낌…그러니깐 이야기가 반복되다가 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느낌 때문에 숨이 거칠어졌다. 내가 본건 어쩌면 한편의 잛은 소설이 아니라 진짜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숨이 컥컥 막혀왔다. 진정한 양심과 정의를 아무도 몰라주는 그래서 그것이 이제는 의미없기까지 한 요즘 사회가 정말로 소설보다 더 무서워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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