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짓,말 - 결코 시시하지 않은
유세윤 지음 / 김영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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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유세윤입니다. 이 책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세이란 듣고 본 것, 체험한 것, 느낀 것 따위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간 산문 형식의 글을 말한다. 수필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우리가 늘 배워왔듯 체험이나 개인의 상념 따위를 중시하는 장르이기에 허구적인 내용을 담은 소설과는 큰 차이점을 지닌다. 이러한 에세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 ‘거짓’을 뜻하는 페이크(fake)가 붙었다. 페이크 에세이. 색다른 형식의 글 속에서 유세윤은 허구와 진실, 한 없이 가벼운 장난과 생각보다 무게감 있는 진중함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화도 실은 그게 진실이 아니었다고 한다.
역사도 실은 그게 진실이 아니었다고 한다.
다큐도 실은 그게 진실이 아니었다고 한다.
뉴스도 실은 그게 진실이 아니었다고 한다.

여태 믿어왔던 사실들이
모두 그게 진실이 아니라고 한다.

이 책은 시작부터 진실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 그 어떤 사실보다 더 진실되지 않을까?

-겉짓말 169p

               

 저자는 우리가 아는 그 유세윤이 맞다. 개그맨, 아티스트, MC, 코미디언, 뼈그맨, 개가수, 광고 회사 대표, 한 아이의 아빠, 수많은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함이 없는 그는 ‘유세윤’다운 유쾌한 책을 써내려갔다. 책 속에서는 유세윤을 설명하는 여러 이름, 그 모습 뒤에 숨겨진 비밀들과, 그가 행동해온 수많은 , 그동안 하지 못했던 무수한 들을 보여주고 있다. 흑역사로 남아 있는 중2병 영상에 대한 진실과, 아내와의 만남과 결혼, 힘겨웠던 군대생활, 음주운전 자수 사건, 광고회사의 실체 등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의 그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 판단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책에는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녹아있다. 거짓이 가미된 그의 기록을 보고 있자면 한 편의 유머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책의 무게만큼 이 책에 담긴 내용이 한 없이 가볍기만 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책 속에는 유세윤의 고뇌와 고충, 여러 감상과 상념이 담겨 있다.


 

 한 번은 친구들과 자그마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있던 20대로 보이는 남자 몇 명이 나를 알아보았다. 그들은 내 팬이라며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지금 술을 마신 상태라 사진은 좀 그렇고 같이 술이나 한잔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들은 그런 거 필요 없으니 그냥 사진이나 한 장 찍어주면 안되겠냐고 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기록되기보다

사람들의 추억이 되고 싶다.

-겉짓말 188p


사람들이 더 이상 나에게 웃어주지 않을까 봐
사람들이 더 이상 나에게 환호하지 않을까 봐

나는 사실, 많이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나를 단련시키는 거였다.
웃어주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도록
환호하지 않아도 행복하도록
사람들이 봐주지 않아도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나는 사람들을 웃기는 나의 능력이 곧 사라질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다시 나에게 물었다.


‘코미디는 꼭 웃겨야만 해?’
.
.
아니.

‘사람들을 웃기지 않아도 돼.
이제부터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자!'

-겉짓말 125~127p


 

 책 속에서는 코미디언으로서의 유세윤과,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하는 ‘인간’ 유세윤의 생각과 감정을 만나볼 수 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감, 무서울 정도로 극악한 미디어의 이면, 대중 앞에 드러나야 하는 그의 직업과 그가 느끼는 외로움. 유세윤이 마주한 여러 상황과 그에 대한 감상이 책 속에 나타나있다. 

 


 특히나 그가 설립한 광고회사의 실체에 관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영화 <백 투더 퓨처>를 보고 타임머신을 만들고자 한 유세윤. 그의 광고회사는 사실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만드는데 드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 만들어졌다. 같은 목적을 갖고 모집된 직원들은 서로의 행복했던 과거를 돌아보고, 나누고, 응원하며, 일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타임머신 개발에 실패해도 괜찮을 것 같다 말한다. 모두와 함께 행복한 과거를 만들어가고 있기에.


 ‘겉짓말’에는 한없이 웃기고 가볍기만 할 것이라 생각되었던 그의 삶의 묵직한 이면이 드러나 있다. 거창한 표현이나 대단한 철학이 들어가 있지는 않기에, 그의 묵직한 메시지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왔다. 그는 유독 ‘행복’에 대한 고뇌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이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우리는 그 단어 안에 마음을 가둬버릴 필요가 없다. 행복에 대한 정답은 없다. 오늘 먹은 라멘이 맛있어서, 날씨가 좋아서, 좋은 노래를 들어서, 기분이 좋으면 된 거다. 오늘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어서 기분이 좋으니까, 오늘은 기분 좋은 날로 할거양!

 


“바다에서 많이 안절부절 하던데 그럴 필요 없어요. 파도를 잡아서 라이딩 하는 것만이 서핑이 아니에요. 바다에 들어가서 파도를 기다리는 순간부터 그 모든 게 서핑이에요.”

나는 지금 삶이라는 바다 위에 떠있다. 나에게 딱 맞는 파도가 오면 잡아타면 되고, 놓치면 또 기다리면 된다. 영원히 놓쳐도 상관없다. 더 이상 안절부절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미 서핑 중이니까.

-겉짓말 139~140p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그것이 ‘겉짓말’의 매력이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기분 좋은 ‘현재’를 살아가는 삶이란 얼마나 즐겁고 뜻 깊은가. 우리는 인생을 그다지 어렵게만 살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항상, 계속해서 삶이라는 바다 위에 떠있다. 모든 순간에는 의미가 있다. 그의 말처럼 잠시 멈춰있는 것도 인생이기에, 우리는 여전히 행복하고, 행복할 수 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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