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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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8. - 05.10.
˝쓰이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는 상상˝
˝공감을 할 가능성 같은 건가?˝
“공감의 가능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쓰인 것 그 너머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상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L과 함께 천변을 따라 걸을 때였다. 분수대는 힘차게 물을 뿜고 있었다. 그것과는 다르게 구름 속에서 슬며시 고개를 드는 달과 같이 슬며시 흘러나온 말이었다.  

그때부터였다. L의 입에서 무심코 흘러나온 그 말들이 머릿속을 메아리처럼 맴돌게 되어버린 것은, 
단순히 문학적 상상력이라는 말이 가지는 애매모호함 때문이라기보단 오히려 그 말이
˝결국 그래서 대체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와 같은 선상에 놓여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메아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창비, 2014.)는 제목 그대로 1980년 5월의 광주, 그때 그곳에서 죽어버린 영혼들이 못다 한 말을 전하기 위해 우리에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는 영혼이 기억 속에서 아물지 않는 소년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사실상 소녀든 소년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그것은 `너` 또는 `당신`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도 그렇게 표현되었고, 그것은 가장 적절한 2인칭의 사용법일지도 모른다) 형태와 상관없이 아물지 않는 상처가 있으며,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깐. 특히 혼자 살아남은 이가 가지는 슬픔 같은 것 말이다. 그런 상처에 대해서, 우리는 (호기심으로) 그 상처에 대해 연민의 감정으로 그들을 단순히 `피해자`라고 부를 자격이 있는가. 이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상처의 구조이다. 보이는 것 그 너머에 있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은 오히려 당사자와 안-당사자 모두를 어루만져주고 있다.

라고 생각한 것은 이 작품을 읽고 난 다음이다.
˝오만한 생각이네?˝
L이 말하고자 했던 그 문학적 상상력이라는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나의 어처구니 없는 말에
L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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