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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황제 - 조선 마지막 황제 순종의 도쿄 방문기
박영규 지음 / 살림 / 2011년 11월
평점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게 되어 좋았다.
좋아하는 역사소설이라서 더 더욱.
일본의 강압에 의해 이루어진 순종의 도쿄방문기는 그다지 즐겁거나 유쾌할 수도 없고 사색적이지도 않다.
아바님, 어마님, 할바님 이란 신선한 용어들의 시작은 산뜻했으나 순종을 비호하고 이해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지나쳐서 순종의 자기연민이 가득해 지루해지고 말았다.
더구나 대원군에 대한 일방적인 평가는 신중하지 못했다.
반
면에, 이완용 후작과 백부 찬시장 그리고 윤덕영과 택영 형제, 민병석 같은 친일파들의 행위와 순종을 칼로 협박하던 하세가와,
데라우치, 이토 와 같은 일본군국주의자들의 행동과 사상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어 그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민병석이 꾸몄다는 일본 황제에게 통치권을 이양하는 내용의 조서는 현 정부의 미국은 혈맹이며 믿고 의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짐은 결연히 스스로를 반성하고 확실히 결단하여 한국의 통치권을 믿고 의지하여 이웃나라 일본 황제 폐하에게 양여하고자 한다. - 91p]
이 민병석은 요즘도 툭하면 '조선인들은 이래서 안 되어' '한국인들은 민주주의가 어울리지 않다. 무슨 놈의 민주주의? 개판 되는 거지?' 라는 자학의 원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 어록이 참 화려해서 조선인들은 많이 먹는다고 일본인과 비교를 해서 깔아뭉갠다.
아명 유길로 불렸던 마지막 황태자 이이 의민태자도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황제의 아들로 태어나 황태자로 등극하였으나 어릴 적 아바님의 품에서 강제로 떨어져 일본인이 되어야 했던 그는
충실한 일본인으로 일본 제국주의 군인으로서 교육받았고 그렇다고 조선의 황태자로서의 지위와 처지를 망각할 수 없었던 혼란스러운 자아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일본인이 될 수도 그렇다고 일본과 맞서 싸울 용기도 없었고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원했던 것 같다.
일
본에게 원통하게 당한 아버지 '조선'을 용서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을 부정하고 완벽한 서양인이 되기에는 타고난
외모가 다르다. 이러한 자아정체성의 혼란을 그 누구보다도 일찍 겪었고 이겨내지를 못하고 무기력하게 겨우 목숨을 연명했던 것 같다.
건강한 자아의 형성보다는 일본 제국주의에 충성하는 군인으로 교육받았으니 일본이 무너진 후 그는 자신이 머물 곳을 잃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이구에 관해서도 그 처지와 혼란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이은 그의 삶은 순종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조선과 일본의 근현대 초 모습을 투영해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아주 쉬운 구어체 소설로 대한제국의 멸망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며 부피도 작아서 추천할 만 하다.
역사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 고어나 궁중언어가 적어서 살짝 아쉽다.
용어정리.
마지막 황태자 이이
의민태자(懿愍太子) 또는
의민황태자(懿愍皇太子), 세칭
영왕(英王),(
1897년 10월 20일 ~
1970년 5월 1일)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이며,
일본 제국의 군인,
일제 강점기의
이왕(
1926년 ~
1945년)으로 본관은
전주,
휘는 은(垠), 아명은 유길(酉吉)이다.
조선왕조로는 제28대 군주에 해당되나 한국의 사학계에서는 통상 그를 한반도의 통치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고종의 일곱째 아들이며 어머니는
순헌황귀비 엄씨이다.
순종 및
의친왕과
덕혜옹주의 이복 형제이다. 의민태자, 의민황태자는 사후
전주이씨 대동종약원에서 올린 시호로 정식 시호는 아니다. 흔히
영친왕(英親王)으로 지칭한다. -위키백과
이 책에서는 주로 아명인 유길로 지칭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