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홀가분 이란 제목에 끌려서 이 책을 접했다.

그 자리에서 탁탁 털고 일어나 떠날 수 있을 만큼만 지니라고 했다.

그러한 가벼움과 마음의 평화를 갈구했다.


끊임없이 사들이고 해 보고 싶고 가지고 싶던 나이에서 벗어나 이제는 모든 것이 부담스러워지고

요즘은 언제 죽어도 아쉬울 것이 없게 정리하자는 마음이 있었다.


이 나이 되도록 대학 때 책을 버리려고 하니 수년을 고민했다.

제일 먼저  복사집에서 편집해서 팔던 원서 책들을 버렸다.

그런데 그런 책일수록 또 가장 모범적인 개념을 다룬 교과서였다.

그 후로 버림의 진척이 안 된다.

이 오래된 책들이 버려지지 아니하고 오히려 낡고 퇴색되는 것이 안쓰럽기만 하는 것이다.

내 삶이 퇴색해지는 듯한 느낌까지 받아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

책들을 스캔하고 버릴 준비를 해야겠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다.

지난날을 되새김질해서 분노하고 자책해서 무엇하리 하지만은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괘씸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뒤늦게 뭘 어쩌리 하면서 차라리 왜 바보같이 당했어 하면서 만만한 자신을 자학하기 십상이다.


아픔 그리고 아쉬움과 나 만 불공평한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는 억울함과 욕망과 같은 마음속의 찌꺼기들을 어찌할 것이냐 하는 삶의 근본적인 문제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도 나를 더 사랑하라.

내 마음을 쓰다듬고 보듬고

언제나 당신이 옳습니다.

때로는 서로 어깨를 맞대어라.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나입니다.

이러한 소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나를 더 사랑하라 입니다.

그럴 때 홀가분하게 모든 것을 떨쳐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잊히지 않는 페이지는 '관계맺음은 생존본능' 이라는 것이다.

[뇌촬영을 통한 연구 결과, 내가 다른 이들로부터 배제당하는 경험은 뜨거운 것에 데거나 날카로운 흉기에 찔릴 때 느끼는 물리적 통증과 똑같답니다.] 166p


그러나 자신에게 누군가 친절하게 접근하거나 웃음을 보이면 방어부터 하기 마련이다.

보통의 우울이란 책에서 엄마가 딸에게 해 주는 충고가 있잖은가?

 ' 우리와 사귀려 하는 사람들과는 사귀어서는 안 된다.'

조카 졸업식에 갔는데 추운 한겨울 날씨에 밖에서 꽃을 들고 다른 식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깔끔한 아주머니와 대학1 년 쯤 되어 보이는 딸이 내 옆에 서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꽃을 들고서 딸에게 그러는 것이다.

'꽃집에서 꽃값이 올라서 비싸다고 하더라'

어쩜 저도 꽃을 사는데 꽃집 아주머니가 똑같이 그렇게 말씀하시던데요 라고 주제넘게 한마디 하고 말았다.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께서 아무 말 없이 내 옷차림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 보시고 결정적으로 내 낡은 만 얼마짜리 신발을 보더니 휙 딸 쪽으로 돌아서더니 나와 딸 중에 있던 자신의 발 끝조차 딸 쪽으로 돌렸다.

마침 심리학 책에서 방어기재가 생기면 상대방으로부터 발끝을 돌려 등진다는 것을 보았기에 약간 놀랐다.

그 책의 지적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작은 사치라는 페이지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일상의 수고로움에 번잡함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그림 속 빨간 목도리 같은 사치를 권합니다.

아무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오히려 보는 이들조차 자신이 대접받는 듯한 느낌에 뿌듯해진답니다.] 29p

나도 젊었을 때는 가장 비싼 신발을 몇 십만원 주고 사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들이 젊은 사람들에게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정신분석이라는 전문가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정신분석이라는 전문가적 흔적을 느낄 수는 없다.

흔히 볼 수 있는 삶의 지혜에 대해서 논하고 아름다운 감성을 더한 수필이다.

여성들이 좋아할 예쁜 감성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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