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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철학자들의 서 -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숭고한 철학적 죽음의 연대기
사이먼 크리칠리 지음, 김대연 옮김 / 이마고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에는 '죽음'이란 자신과 동 떨어진 사건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끔은 물어보기는 한다.
"왜 죽어야 하죠? 우리 할머니 안 죽으면 안되나요?"
조금 더 커서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
"과연 내가 죽고 나면 이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있고 어떤 세상이 될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나라는 존재를 빼고 난 세상의 모습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런 사색이 철학의 시작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런 진지한 초보적인 사색은 바보스럽고 철없는 멍청한 공상이란 비웃음을 받게 된다.
그 후로 죽음이란 지극히 슬픈 것이고 최대한의 예의를 다해야 할 절차라고 생각했다.
내가 우울하거나 슬플때 읽는 " 울고 싶지? 그래, 울고 싶다" 라는 책이다.
옛선비들의 가슴 절절히 그 애통함과 이별의 서러움을 토해내고 있다.
그러나, 죽음을 겪어보니 빈자리가 무섭다가 서서히 잊혀져 간다.
항상 그대로 있는 것도 없거니와 항상 그대로인 감정도 없는 것이다.
디씨의 철학갤러리에서 보게 되었는데 잊혀지지가 않았다.
-- 가장 근본적이고 진실한 철학은 '죽음'이다.
( 알고 보니, 어느 철학책이나 흔히 나오는 이야기였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근사한 표지와 독특한 폰트가 어울려져 한 눈에 보기에도 세련돼 보이는 "죽은 철학자들의 書" 란 책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른바 철학적 죽음의 연대기 이다.
저자는 키케로의 " 철학을 한다는 것은 곧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라는 말과
[스토아주의자들이 가르치고자 한 것은 "위대하고 숭고하며 거의 신적인 것" 곧 죽음에 직면해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과 고요함이었다.] 라는 말로 이 책을 시작한다.
시대순으로 서양의 유명한 철학자들과 중국의 공자, 노자, 장자등이 다뤄진다.
죽음에 관한 개론이나 학문적 탐구가 아닌 "죽음"을 다루는 철학자들은 과연 어떻게 죽었느냐 이다.
철학과 철학자들에 대해 잘 아는 한 교수가 가볍게 차 한잔 마시면서 철학자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한 장면 한 장면씩 그 죽음에 대해 흥미롭게 이야기 해 주고 있는 분위기 이다.
마치 미스 마플이 뜨개질을 하면서 "아, 그 사람을 보니 우리 마을에 있던 누군가가 생각이 나는군요. 그는 이랬죠." 라면서 끝없는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다.
의외로 중국의 '공자'에 대해서는 아주 깊이 다루고 있는데 제법(?)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공자에 대해 낯설은 서양인들을 위해 아주 쉬으면서 세세히 설명한 듯하다.
그 외의 노자와 장자에 대해서도...
오히려, 헤겔과 쇼펜하우어 같은 철학자들에 대한 설명은 너무 간략하고 표현도 뭔가 매끄럽지 못 했다.
백과사전식의 이런 수많은 철학자들의 죽음 보다는 중요한 몇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았나 라는 서평들도 있는데
난 오히려 좋았다.
수 많은 사람들의 그야말로 수백가지의 죽음을 보면서 그 만큼 다양한 죽음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죽음에 대해 좀 더 익숙해지고 평화롭게 받아들이라 한다.
죽음 앞에서도 평화로워질 수 있도록 차근 차근 연습을 해야겠다.
책 뒷쪽에 철학자들 이름별 목록이 없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ps.
- 찾아낸 오타: 236 페이지 " 이처럼 막부가내로 자살하지는" -> "이 처럼 막무가내로 자살하지는"
http://gall.dcinside.com/list.php?id=philosophy&no=43427&page=1&search_pos=-40425&k_type=0110&keyword=%EC%A3%BD%EC%9D%8C&b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