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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잘해요 ㅣ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평점 :
지배자가 있고 상처 받은 지배를 받는 자가 있습니다.
쉽게 짐작될 수도 없을 커다란 아픔이었을텐데 전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가 최선을 다해 너무나 진지하게 수행하는 것이 '사과'입니다.
사과는 잘합니다.
아니, 도를 넘어서 자학으로 까지 가는 그를 복지사들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합니다.
폭력과 지배에서 벗어난 후로도 그는 여전히 '사과'를 합니다.
세상에는 죄와 죄인 그리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거든요.
죽어줬으면 좋겠다는 상대방의 말 한 마디에 죽어서라도 상대방이 흡족 할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대신 사과하겠다고 돈을 받았으니깐.
이 장면에서는 너무 놀랍고 너무나 무덤덤하게 사뭇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흘러가는 이야기는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존재하는 것 그 자체가 죄' 라는 죄명에 그는 어떤 사과를 했을까요?
사실 전 이 의문에 이 책을 샀었습니다.
철저히 박제되었던 그의 자아는 그래 어찌되었을까요?
읽어보세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구성에 담백한 문장은 훌륭합니다.
책읽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