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철학자들의 유머란 이런 것이구나

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읽기 - 쇼펜하우어의 재발견
랄프 비너 지음, 최흥주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난 척 하는 뛰어난 철학교수의 그 끝없는 수다란!

수다스러움이란, 미스 마플 같은 같은 할머니들 만의 필수품이 아니었군요.

워낙이 철학의 문외한 이라 몇 가지 철학 용어들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는 수고가 있었긴 했었지만.

 

이 세련되고 멋드러진 쇼펜하우어의 어록집은 쇼펜하우어는 물론 작가 '랄프 비너'도 주목하게 합니다.

악극단의 변사들에게 환호하고 빠져들었던 옛 처녀들의 설레임이 이러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 이 책을 접하며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의 고미숙에 대한 아쉬움이 더 뚜렷하게 제 머리 속에 새겨집니다.)

 

쇼펜하우어란 이름은 지나가다 어쩌다 서 너 번 들었을 고대 철학자에 불과했습니다.

존재했던 시대 조차도 몰랐던 겁니다.

이 책을 잡고 읽기 시작하기 전에 쇼펜하우어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을 했었습니다.

 

"세상이 바보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현자도 있는 것이다." - 16 p

 

"사람들 사이에서 나의 심정은 거의 항상, 잠만 자고 있는 제자들을 부르는 나사렛 예수의 심정이다."

- 그는 대부분의 동시대인들을 경멸과 조롱만을 받아 마땅한 자들로 간주했다. -  18p

 

계속 이어지는 자화자찬.

 

" 죽은 후에야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이곳 지상에서의 위대한 사람들의 운명이다."

 

" 훌륭한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사람들은 얼마나 발버둥 치는지!"

 

그런데, 인터넷 검색에서 걸리는 이건 뭡니까?

[쇼펜하우어 증후군 (Schopenhauer Complex)
쇼펜하우어는 말년에 큰 인기를 누렸는데, 게걸스럽게 자신에 대해 쓴 모든 기사를 읽었고, 친구들에게 자기를 논평한 인쇄물을 보면 우송료는 물 테니 모두 보내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다. 자기 글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판에 대해서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을 쇼펜하우어 증후군이라 한다. ]

 

겸손을 경멸했고 스스로를 부처의 수준에 비유했던 이 위대하고 고결한 다시없는 천재 철학자께서 우매하고 천박한 대중들을 이렇게 대 놓고 신경쓰고 있었다니 그의 솔직한 귀여운면은 시작부터 폭소를 터트리게 했습니다.

 

철학용어 자체가 낯설어서 그렇지 쇼펜하우어 자체는 일부러 한 주제를 어렵고 난해하고 애매모호한 말들로 포장하지 않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의 참다 못해 쏟아내는 날카로운 목소리의 항변처럼 신랄하고 직설적입니다.

뭔가 내가 미쳐 표현해 내지 못 했던 그 콕 찝어서 내뱉어주는 시원 시원한 실랄함이 있어 후련함을 줍니다.

아 정말 이 표현은 꼭 기억해두었다 써먹으면 딱이겠다 라는 실랄하면서도 유머스러운 표현들이 많습니다.

 

[ 즉 나는 그런 것을 읽을 때마다 어리둥절해져서 다음과 같이 자문한다.

 '이건 어리석은거야, 파렴치한거야? 이 녀석이 정말 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순전한 난세스를 지혜로 착각할 만큼 어리석어서 이렇게 지껄이는 거야 아니면 이 복음 전파의 대가로 심부름 삯과 노잣돈을 바라는 거야?

이럴 땐 나는 대개 후자의 경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둔함이 독일인의 국민적 특성이긴 해도 금세기 독일 문단의 기본특성은 뭐니 뭐니 해도 파렴치와 잇속이기 때문이다.] - 194p

 

[심지어 보기만 해도 더러워지는 느낌을 주는 얼굴들도 있다.] - 195p

 

[ 그만큼 칸트가 했던 깊은 연구는 오늘날의 천박한 수다와는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이 수다를 듣고 있노라면 한편에서는 기대에 찬 입후보자들이, 다른 한편에서는 이발사 조수들이 지껄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85 p

 

확실한 정의를 위해 사용된 철학적 용어들이 낯설어서 문제지 그 표현이나 사상 자체는 아주 명확하고 일관되고 확고합니다.

세상을 현혹시키는 자들이나 화려한 미사어구나 애매모호한 말로 치장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이름 한자락 남겼을 철학자려니 했는데 그의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독설은 지금에도 날카롭게 살아있습니다.

통찰력있게 다가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지식인들과 평범한 시민들, 그리고 정치인들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역시 위대한 철학자의 사상이란 후대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법이기 때문일까요?

 

["15세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종교 교육을 실시하지 않을 만큼 정직한 세상이 되어야 비로소 세상에 뭔가 기대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44p

종교가 서양을 지배했던 당시에서 그런 발언은 놀랍습니다.

 

철학이란 매우 어렵고 낯설은 단어들을 나열하며 애매모호하고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을 주입하려 한다는 선입관이 있었는데

이 위대한 철학자는 시시콜콜  종교, 정치, 성, 건강, 만유인력 법칙등 사회 전반에 걸쳐 자신의 사상을 명확하고 확고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에 대해서도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막상 생각이 나지 않는데 다시 살펴봐야겠습니다.

어리석은 제가 보기엔 서양의 뛰어난 철학자의 철학과 동양의 철학이 그다지 다르지 않았습니다.

 

책 표지는 실망스럽습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쇼펜하우어의 눈빛은 그야말로 살인적으로 초롱초롱합니다만 그다지 세련되지는 않습니다.

본문의 편집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입니다.

쇼펜하우어와 쇼펜하우어가 극찬한 칸트를 공부하고 싶어지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