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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양의 탄생 ㅣ 1881 함께 읽는 교양 3
임승휘 지음 / 함께읽는책 / 2009년 6월
평점 :
처음 대했을 때 참으로 예쁘고 고대 그리스인들을 그린 듯한 오래되고 귀한 듯한 그림들과 세련된 현대적 감각의 편집에
황홀했다.
내용은 둘째치고 두 손에 잡고 넘길 때 펼쳐지는 이 아름다운 그림들과 편집은 사랑스러웠다.
작가는 자신의 의견을 뚜렷히 표현하고 주장하면서 그것을 쉽게 이해가 되도록 최신의 유행어로 전한다.
[ 세익스피어는 위대한 문인답게 왜 사느냐의 문제를 문학적으로 표현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리고 오늘까지도 사람들은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며 합창하곤 한다.
"Happy birthday to you"". 왜 태어났니 - 29p]
이러한 재치가 넘쳐난다!
식인양의 탄생이란 제목으로 이 책의 내용을 어림짐작하긴 어렵다.
아름다운 그림들에 황홀해 하며, 작가의 Re-thinking history 란 충고를 되풀이 발견하며 훑어 보고
대충 읽어보기 시작했을 때 방대한 서양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정리한 새로운 서양사 한 권을 마주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중간쯤 읽었을 때는 ................................................
"지겹다, 이 놈의 종교 이야기는 언제 끝나나?"
했다.
323 페이지 중에서 짐이 곧 왕이다 라고 주장한 프랑스의 절대왕정이 탄생하는 203 페이지 까지
저 종교 이야기가 차지한다.
저자가 특별히 종교가 좋아서 또한 싫어서 또한 특별히 종교를 연구한 학자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서양사에서 종교가 가지는 의미는 절대적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 까지 저 정도로 서양에 있어 종교가 가지는 의미가 저토록 큰지 몰랐다.
서양인들에게 있어 종교가 가지는 의미를 모르고서는 절대 서양을 이해할 수 없을 듯 하다.
종교 이야기가 끝나고 절대왕정이 시작되면서 저 식인양이 등장한다.
식인양이 제목이 된 것으로 미루어봐도 식인양이 서양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케 한다.
서양의 문화를 알고자 하려면, 서양의 문학을 알려면 필수적으로 그리스신화를 알아야 한다고 배워왔고
한국의 신화나 전설은 몰라도 되었지만,
서양의 그리스신화는 필수적인 교양이었다.
서양을 알려면, 그리스신화와 더불어 기독교문화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 이 책의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금 생각해 볼 때
이 책의 의미는 맨 첫 장에 나와 있다.
[ 역사란 역사가가 구성해낸 흔들리는 담론이다. ]
서양사를 시작하기 전에 저자는 서양위주의 서양사, 서양식 관점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관점에서 서양을 재조명해야 하고 무조건적인 서양의 찬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주장은 이 책의 맨 마지막에 있는 에필로그 '역사란 무엇인가?'에 정리되어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 란 역사학도들의 대표적인 교과서가 있다.
역사부전공을 할 때 이 책을 교수님의 강요에 의해 샀고 지금도 소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읽어보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도 교수님의 가르침은 기억한다.
그 교수님의 가르침 보다 이 책이 더 훌륭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날.
느닷없이 지진이 나서 그대로 시간이 정지한 채 땅 속으로 묻혀졌다가 후대가 발견하게 되면
후대 역사학자들이 어떻게 해석을 하게 될까?
호텔에 있던 수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해석할까?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모였던 장소로,
그리고 변기의 뚜껑은 목에 거는 장식품으로 해석하지는 않을까? "
그 변기 뚜껑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유머였다:)
수많은 말씀 중에 그 대사만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된다.
그 분은 지금도 정정하게 교수로 일하시고 계실까?
(왜 또 이렇게 회상에 빠져서 -.-
나이 먹고 쓸쓸해지면 이런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그렇다.
실제 과거는 과거고
역사는 후대들이 해석해내는 새로운 번역판인 것이다.
최근의 역사는 서양인의 관점에 의해 지배되어 왔고 서양의 사상을 강요당해 왔고
그 와중에 서양은 비정상적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왔다.
심지어는 역사를 보는 관점인
고대, 중세, 근대, 현대 라는 역사구분도 지극히 서양적인 구분법이란 것을 역사를 배운 분들은 아실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서양의 사고방식과 관점에서 쓰여진 역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Re-thinking history ) 서양사를 다시금 살펴보고 서양을 다시 살펴보자는 점에서
그리고 훌륭하게 서양사를 한 권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자리 매김을 한다.
그리고 서양사에 있어 종교가 어떻게 서양을 지배해 왔는지 정리했다는 점에서 소중한 책이다.
그런데, 저자기 피력하는 관점에서 민족주의와 반미에 관한 부분은 사족이 아닐까 싶다.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좋을 부분을 건드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민족주의란 근대에 그 의미가 확대되고 중요시 되었던 것이고 민족주의를 너무 과도하게 이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하셨는데 ..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시장으로 뭉치고 있고 양극화가 심화 되는 상황에서
민족이란 한 울타리가 없다면 과연 그 약자들을 누가 보호해 줄까 ?
정치인들이? 절대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한민족, 한 나라 사람이란 가느다란 실가닥으로 약간이라도 약자가 보호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극단적인 민족주의란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 시대에 맞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가는 민족주의를 조금이라도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반미에 관한 표현도 상당히 위화감이 들었다.
[ 효순이와 미선이의 참혹한 죽음과 그 책임자에 대한 허무한 판결로 인해 우리 사회는 어찌 보면 지극히 낯선 밤미주의의
물결을 경험했다.
한때 "바꿔"를 노래하던 "꽃잎"의 그 여자아이는 자신의 반미주의를 공중파에서 떠들어댔다.
하지만 도대체 그녀의 반미란 무엇인가? 내용도 없는 유행에 지나는 것은 아닌가?" ]
이런 말씀들은 이해하기 어렵게 너무나 극단적인 폄하를 하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다 아는 특정한 개인을 대 놓고 '그 여자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경악스럽다.
반미를 주장하면서 미국에 왜 유학을 가냐는 비난은 당황스럽다.
반미를 주장한다고 극단적인 미국 거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렇게 훌륭하고 굉장한 책을 쓰신 분이 어떻게 저런 비 논리적인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색인이 없는 것은 너무나 아쉽다.
이렇게 훌륭한 편집에 색인이 없다니!
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