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코 스릴러 판타지라니! 해시태그 소개를 봤을 때부터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실제로 바로 직전 읽었던 '나나'가 굉장히 재미있어서 더욱 기대가 컸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이 아쉬웠다. 서평단이기는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아쉬움에 대한 내용들을 가볍게 적어보려고 한다.


주인공 나인은 열일곱 살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누브족 승택으로부터

자신이 인간이 아닌 외계인, 누브족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식물 그 자체인 누브족들은 식물들과의 소통이 가능한데, 나인은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힘을 가진 누브족이었다. 나인이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고자 올라간 산속에서 나무에 갇혀 있는 영혼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목격자의 증언으로 인해 실종사건으로 묻혀버린 살인사건과 엮이게 된다.


줄거리만 봤을 땐 순식간에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읽는 데만 1주일이 넘게(현재 비교적 시간이 널널한 취업 준비생임에도 불구하고) 걸렸다. 신비롭고 신경을 쓴 듯한 문장들이 많지만 쉽게 읽히는 문장은 아니다. 인물들이 많은 만큼 각 인물들의 시점에 따른 장면들이 번갈아가며 등장하는데, 조금 정신이 없고 '이 장면이 왜 필요하지?' 싶은 장면들이 많아서 지루하게 느껴졌다.

또, 나인, 현재, 미래라는 삼총사 구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나인과 미래에 비해선 현재의 서사가 잘 묘사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작중 나인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도 어떤 비밀을 서로 간에 숨기고 있다는 내용이 초반부터 묘사가 되는데 그러한 내용이 전개 속에서 왜 중요하게 묘사가 되는지 잘 파악되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운 점은 작중에서 기독교가 상당히 악의 축처럼 묘사되었다는 부분이다. 대형 교회의 목사가 아들의 살인(고의가 아니었긴 하지만)을 덮기 위해 경찰에게 뇌물을 주고, 시신을 암매장하며 자신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지 않는 아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다. 목사임에도 술에 만취해서 돌아와 아들에게 폭언을 하는 장면도 있다. 그 아내는 아들과 친하게 지내는 동급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들과 떨어뜨려 놓기 위해 교회 안에서(작중에서 교회는 이 마을의 주축이기에 사실상 마을 차원의 배척이었다) 동급생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린다. 그 외에 헌금 빼돌리기, 아내가 운영하는 학원의 부정청탁 관련된 비리 등은 덤이다. 작중에 '모부님', '애인'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동성애 커플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에 비해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처우는 지나치게 각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식물과 소통이 가능한 인간형 식물 외계인. 소재는 참신하였지만 내용의 전개는 권선징악의 구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건 해결의 과정도 그렇게 새롭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클리셰 자체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클리셰가 클리셰인 이유는 그만큼 사랑받기 때문이니까. 그러나 문제가 클린 하게 해결되었음에도 '사이다'라고 느껴지기보다 찝찝함이 남는 이유는 편견과 차별을 집어내기 위해, 또 다른 편견과 차별을 이용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