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양장)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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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청소년 소설을 좋아한다. 내가 청소년일 때에는 다른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었고, 어른이 된 지금은 요즘 청소년들의 모습은 어떤지, 또 더 이상 청소년이 아니게 된 내가 그때와 비교하여 잃어버린 건 무엇인지 돌아보고자 할 때 종종 읽는다. 그리고 그때부터 꾸준히 사랑해온 창비의 작품들은 언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에 이렇게 또 신간도서를 읽어보게 되었다.

 

  작품의 주인공은 나나가 아니고 고등학생 한수리와 은류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둘은 갑작스러운 버스 사고로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다. 그런 그들 앞에 나타난 저승사자..가 아니고 선령(영혼사냥꾼)은 일주일 안에 원래 몸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그들의 육신은 영혼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 말한다.

 

생각보다 많아. 영혼 없이 사는 사람들. 너도 곧잘 말하잖아. 영혼 없는 인사, 영혼 1도 없네, 영혼이 가출했네. 뭐 그뿐인가? 영혼이 콩이나 과일이야? 뭐만 하면 영혼을 갈아 넣었대. 그렇게 쉽게 갈아 넣을 수 있는 거, 차라리 없이 살면 좀 어때?”

-선령의 말-

 

  그런데 아이들의 영혼을 거부하는 게 사실은 그들의 육체라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육체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리와는 달리, 아무런 미련도 의욕도 없어 보이는 류. 과연 그 둘은 무사히 본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를 위해 살아간다고 믿었지만 정작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돌아보지 못했던 와 타인을 위해 나 자신을 철저히 감춰야 했던 ’.

소설 속에서 청소년이라는 타이틀을 탈고 있는 이 들은 사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처음 SNS를 할 때만 해도 친구들과 가벼운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인상 깊게 본 책과 영화, 가족들과 놀러 간 여행지의 소소한 풍경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하나둘 올린 사진과 이야기들이 조금씩 내 삶을 잠식해 갔다. 정신을 차렸을 땐 나는 공부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취미와 관심사마저 다양한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수리의 말-

 

  실상이 어떻든, 우리는 SNS에서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비춰지기 위해 애쓴다. 그러는 사이에 사람들이 보는 나와 진짜 나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지만, 나의 마음을 챙기는 데에는 SNS용 사진 한 장을 건지는 데 투자하는 시간보다도 에너지를 소모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수리가 엄마의 말에 반응했던 것은?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왜 이리 마음이 허한지……. 남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그런가 하면 타인을 지나치게 배려하다가 정작 자신을 놓쳐버린 도 있다. 은류는 날 때부터 몸이 약해 시한부 판정을 받은 동생과 부모님을 위해 스스로를 꾹꾹 눌러왔다. 고작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 본인도 충분한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였지만, 어릴 적부터 타인을 위해 스스로의 욕구를 억누르는 데 익숙해진 류는 학교에서도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예스맨이다. “완이 때문에 엄마 아빠 힘드셔. 류야, 너라도 부모님 말씀 잘 들어야 한다.”, “부모님이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니? 너까지 괜히 문제 만들지 마라. 공부 열심히 하고.” 모두가 류에게 그렇게 말해왔기 때문에 많이 힘들고 지쳤지만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아무도 그에게 괜찮냐고 물어봐주지 않았으니까. 심지어는 스스로조차도.


  1년 전 결국 동생 완은 세상을 떠났지만, 은류의 가족들은 여전히 그 시간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류는 더욱 착한 아이가 되어야만 했고, 너무도 지쳐 있었기 때문에 영혼 없이도 잘만 몸을 움직여 살아가는 육체를 보니 그게 차라리 편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낯선 존재는 바로 자신인 것 같았다. 코앞에 붙여 놓은 사진처럼 너무 가까워서 보이지 않는 존재 말이다.”

-은류의 말-

 

  21세기를 살아가는 어른들은 종종 요즘 아이들이 자기 밖에 모른다고 말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혹은 사랑받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그 아이들을 감히 어떻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나밖에 모르는 거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 정말 스스로에 대해 잘 아는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 타인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를 사랑하지는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나 봐. 스스로를 사랑하는 게 어렵고 힘든 사람.”

-은류의 말-

 

  그리고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또한 어른이지만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기에. 뜨거웠던 나날들이 물러가고 노을 진 단풍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마음까지 얼어붙게 하는 시린 겨울이 오기 전에, 스스로를 좀 더 포근히 안아줄 수 있도록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나와 나의 이야기. 내 영혼의 주파수를 찾아가는 여정에 당신도 동참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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