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생각보다 책이 두꺼워서 놀랐다.
하지만 막상 책을 열어보면 한 페이지를 꽉 채운 사랑스러운 그림들에 홀딱 빠져
책이 두껍다는 것을 의식조차 하기도 전에 다 읽어버리게 된다.
여름방학을 맞아 찾은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동급생 남자아이.
마치 운명처럼 느껴지는 우연만큼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은 없다.
더군다나 그 아이가 바람에 날아가버린 내 모자를 찾아주었다면?
사랑에 빠지기에 그보다 타당한 이유가 또 있을까?
만화인 만큼 그림에 대한 부분을 먼저 말해보자면
담담하면서도 소박한 채색과 그림체가 이 책의 특징이다.
올 컬러는 아니지만 곳곳에 들어간 색을 보면 이 작가가
얼마나 감각적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단색 그라데이션만 들어간
배경임에도 장면의 분위기나 주인공의 감정 등을 기가 막히게 살려주는 걸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는 캐릭터들도 각각의 성격이나 특징이 잘 드러나있어
마치 그들이 살아있기라도 한 것같은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다정하고 소심한 구석이 있지만 솔직하게 할 말은 하는 해원이,
왈가닥에 또래에 비해 성숙한 듯 보이면서도 엉뚱한 진아,
좋아하는 친구를 좋아한다 표현하지 못하고, 괜히 괴롭히면서도
그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과 잘되도록 도와주고 응원해줄 줄은 아는 우진이,
좋아하는 마음을 대놓고 표현은 못하지만 세심하게 해원이를 챙기고 위로해주는 산호까지..
하나같이 사랑스러운 열세 살 꼬맹이들은
학창시절 곁에 있었던 친구들을 떠올리게 만들어 더욱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이었다.
또, 이 작품은 해원이와 산호가 서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알려주지만
그 둘이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거나 사귀게 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다만 여름의 그 바닷가로 떠난 산호로부터 온 편지가 작품 초반,
해원의 언니 지원에게 왔던 편지를 떠올리게 해 웃음이 나왔다.
아마 작품 초반의 지원이 작품 말미의 해원이랑 비슷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해원이가 연주했던 '사랑의 인사'는 어쩌면 그녀에게 막 찾아온
사랑이라는 존재의 등장을 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막 그녀에게 인사를 건넨 사랑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결말을 열어두었기에 더욱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해원이와 산호에게는 또 어떤 계절이 기다리고 있을까?
제목처럼 사랑스러운 이 책이 수줍게 건네는 사랑의 인사를
당신도 받아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