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는 평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출판사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도서관 봉사를 하면서 매일 같이 책을 빌렸었다.

위저드 베이커리, 시간을 파는 상점, 우아한 거짓말 등 수많은 인생 작품으로

내 학창시절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창비이기에

"믿고 보는 창비"라는 마음으로 창비의 신간은 거의 챙겨보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창비에서 출간된 만화는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이번 서평단 활동이 더욱 특별했다.

 

처음엔 생각보다 책이 두꺼워서 놀랐다.

하지만 막상 책을 열어보면 한 페이지를 꽉 채운 사랑스러운 그림들에 홀딱 빠져

책이 두껍다는 것을 의식조차 하기도 전에 다 읽어버리게 된다.

여름방학을 맞아 찾은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동급생 남자아이.

마치 운명처럼 느껴지는 우연만큼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은 없다.

더군다나 그 아이가 바람에 날아가버린 내 모자를 찾아주었다면?

사랑에 빠지기에 그보다 타당한 이유가 또 있을까?

만화인 만큼 그림에 대한 부분을 먼저 말해보자면

담담하면서도 소박한 채색과 그림체가 이 책의 특징이다.

올 컬러는 아니지만 곳곳에 들어간 색을 보면 이 작가가

얼마나 감각적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단색 그라데이션만 들어간

배경임에도 장면의 분위기나 주인공의 감정 등을 기가 막히게 살려주는 걸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는 캐릭터들도 각각의 성격이나 특징이 잘 드러나있어

마치 그들이 살아있기라도 한 것같은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다정하고 소심한 구석이 있지만 솔직하게 할 말은 하는 해원이,

왈가닥에 또래에 비해 성숙한 듯 보이면서도 엉뚱한 진아,

좋아하는 친구를 좋아한다 표현하지 못하고, 괜히 괴롭히면서도

그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과 잘되도록 도와주고 응원해줄 줄은 아는 우진이,

좋아하는 마음을 대놓고 표현은 못하지만 세심하게 해원이를 챙기고 위로해주는 산호까지..

하나같이 사랑스러운 열세 살 꼬맹이들은

학창시절 곁에 있었던 친구들을 떠올리게 만들어 더욱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이었다.

또, 이 작품은 해원이와 산호가 서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알려주지만

그 둘이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거나 사귀게 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다만 여름의 그 바닷가로 떠난 산호로부터 온 편지가 작품 초반,

해원의 언니 지원에게 왔던 편지를 떠올리게 해 웃음이 나왔다.

아마 작품 초반의 지원이 작품 말미의 해원이랑 비슷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해원이가 연주했던 '사랑의 인사'는 어쩌면 그녀에게 막 찾아온

사랑이라는 존재의 등장을 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막 그녀에게 인사를 건넨 사랑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결말을 열어두었기에 더욱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해원이와 산호에게는 또 어떤 계절이 기다리고 있을까?

제목처럼 사랑스러운 이 책이 수줍게 건네는 사랑의 인사를

당신도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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