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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평점 :
이 책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은 한 직장인의 하루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고 대리'는 가족보다 회사가 우선이었던 사람이다. 그는 회사를 다니는 것이 곧 가장으로서의 책임이라고 믿었고, 월급과 성과, 승진에 인생의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직장에서 해고된 그날, 그의 삶은 완전히 방향을 틀기 시작한다.
고 대리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딸아이의 피아노 학원 이름도 모른다는 사실을.
항상 “내 남편 최고!”라며 환하게 웃던 아내의 일상조차 살펴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는 스스로를 가장이라고 여겼지만, 정작 가정의 ‘일상’에는 깊이 관여하지 못했다.
직장을 잃은 그 하루,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삶과 가족의 삶을 진심으로 바라본다.
📌 “내 연락처에 친구가 열둘밖에 없다고?”
고 대리는 스마트폰 연락처 목록을 뒤적이다가 문득 깨닫는다.
‘친구’ 항목에는 열둘뿐이고, ‘비즈니스’ 항목에는 500명이 넘는다.
정작 지금 이 순간, 함께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은
그를 더욱 깊은 외로움으로 몰아넣는다.
이처럼 『수상한 퇴근길』은 단 하루를 통해 고 대리가 마주하는
일과 인간관계,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 인상 깊은 문장
“언젠가 좋은 날 오겠죠.”
단순하고 흔한 말처럼 보이지만, 이 문장은 책 속에서 반복되며
어쩌면 지금을 견디는 유일한 희망이자 스스로를 붙잡는 작은 끈으로 작용한다.
현실은 차갑고 삶은 무거울 수 있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은 ‘좋은 날’을 꿈꾸며 버틴다.
이 책은 그런 버팀의 감정을 섬세하고 조용하게 전해준다.
📚 감상
『수상한 퇴근길』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며 살고 있는가?”
이 책은 독자에게 어떤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고 대리의 하루를 따라가며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는 회사를 잃고 나서야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제서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스스로를 정직하게 바라본다.
그 하루는 외롭고 쓸쓸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단지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고민하는 모두에게,
그리고 ‘괜찮은 가장’이 되기 위해 애쓰는 수많은 이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조용한 위로다.
✨ 마무리
『수상한 퇴근길』은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우리가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그리고 놓친 것을 다시 돌아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준다.
이 책은 퇴근길에 읽기 좋은 책이지만,
읽고 나면 쉽게 덮을 수 없는 여운이 남는다.
지친 하루의 끝, 이 책이 당신에게 작은 쉼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