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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흐르는 강물처럼, 하회마을 ㅣ 시간을 걷는 이야기 4
김유경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3년 4월
평점 :
돌고 돌아 흐르는 강물처럼, 하회마을
저자 : 김유경
출판 : 키위북스

(너무 마음에 드는 그림체를 가진 그림책.)
누구에게나 그리운 장소가 있다.
누구에게나 잊고 싶지 않은 장소가 있다.
나에게도 그런 장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장소는 없다.
많은 개발들로 인해 예전의 모습이
많이 사라져 버렸다.

600여 년이나 이어져 온 하회마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님은 처음 하회마을을 가기 전까지는
그곳이 왜 그렇게 좋은지 까닭을 모르셨다고 했다.
논과 밭은 어디에나 있고,
초가집과 기와집도 민속촌에 가면 만날 수 있고,
오래된 나무와 푸른 산도 조금만 교외로 나가면
볼 수 있는데, 어째서 하회마을은 특별한 걸까?
하회탈 얼굴들이 너무 정겨웠다.
사진보다 더 정겨운 느낌.
이런 그림은 어떻게 그리는걸까?

작은 아이는 하회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돌담길도 걷고, 아름드리 느티나무도 만나고,
굽은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어서
기와집들과 초가집도 만난다.
하회마을은 모두 풍산 류씨 성을 쓰는
한 식구다. 그래서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친척 집이 있다. 큰아버지, 삼촌, 사촌동생들.

오래된 집들은 보수 공사를 한다.
집을 지을 때 썼던 옛 대들보와
서까래 위로 흙을 얹어
기와를 물고기 비늘처럼 가지런히 쌓아
망치로 깡깡 두들긴다.
콘크리트 대신 진흙을 사용한다.
느리고 불편해 보이지만,
그것이 이 마을이 오래 이어져온 이유이기도 하지.
더해지고 더해지고 더해져서.

겉 모습은 여전히 예전 모습이지만
그 안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하회마을.
초가집 아래 앉아 수박을 먹고,
기와에 살아도 어제 주문한 택배를 받기도 한다.
조금 느리고 불편하지만,
그래도 하회마을의 사람들의 시간은
현재와 함께 조화로이 흘러간다.

우리말로 "물동이동" 이라 부르는 "하회"는
'강(河)이 마을을 감싸고 돈다(回)' 는 뜻으로
낙동강 줄기가 크게 태극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 안고 흐르는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600년이 넘는 세월을 한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조금은 느리지만, 오래된 이야기.

조금 느리고,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그래서 우리는 너무 여유가 없다.
아이에게 조금은 불편해도,
조금은 느려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600여 년을 묵묵히 이어온
마을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