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다섯시의 외계인 Nobless Club 10
김이환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오후 다섯시의 외계인 - 김이환 / 노블레스 클럽 / 334p)


오후 다섯시,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갈 곳이 없는 나는 골목에서 운다. 나는 세상에 홀로 남은 사람임을 알고 있다. 사람들은 사이에 절대 섞일 수 없는 외로운 외계인 같은 존재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골목에서 운다.


예전에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을 산 것은 있는데, 그 책의 제목이 <희망을 찾아서 7>이라는 소설이다. 꽤 어릴 적에 읽은 책인데 꽤 깔끔하고 조화로운 표지에 어우러진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멘트가 마음에 들어 읽은 소설이었다. 하지만 결과 참담. 아직 어리고 세상물정에 익지 않았던 나는 그 책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그런 용사가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로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오후 다섯시의 외계인>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이 든다. 어찌 이처럼 곤혹스럽고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수가 있을까? 내용은 초등학생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정도로 쉽고 눈높이가 낮다. 한 도시에서 우연히 만난 외게인과 FBI. 서로 이중간첩을 하다가, 결국은 서로의 편이 되는 성우의 이야기는 어둡고도 발랄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정말 참된 뜻을 끌어내려면 그건 어른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을 대로 먹고, 세상을 경험할 대로 경험한 어른. 이미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청소년들보다는, 그 희망에서 하나의 결과를 이미 내어 버린 어른이 <오후 다섯시의 외계인>을 읽는다면 그 기분은 많이 남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그냥 세상에서 만난 일상의 괴로움을 한 순간만큼은 도피할 수 있는 명랑한 상상력의 결정체가 <오후 다섯시의 외계인>이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대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서투르기 이를 데없는 성우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사람을 이끌고 꼬이게 만드는 용관을 보면서 조금은 슬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다만 해볼 뿐이다. 나라면 그럴텐데(-_-)

 김이환 작가의 전작 <양말 줍는 소년>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읽어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오후 다섯시의 외계인>이 <양말 줍는 소년>보다는 많이 모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별 다섯개 중에, 세개가 태반이고, 즐거웠던 사람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고 한다. 단지 즐거웠을 뿐이라고 한다. 개연성이나, 플롯 같은 게 자리자리 깔려있지도 않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즐겁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물론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 아직 학생이고, 계속 공부해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계속 나아가야 할 길이 막막하기만 하고, 재미없다만, 혹시 우리 동네에도 사람으로 변해 있지만 외계인이 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것으로도 나는 이 책에서 건질 것은 건졌다고 생각을 해본다. 그 의문 자체가 발칙하고 지루한 삶에 대한 즐거움을 깨워주니까. 그런 의문을 알려준 <오후 다섯시의 외계인>에게 나는 감사한다. 읽는동안, 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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