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새 - 상 - 나무를 죽이는 화랑 Nobless Club 8
김근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김근우 장편 소설로, 로크미디어-노블레스 클럽 제 08, 09번으로 출간된 상하로 구성된 소설이다. 내용은 대체로 서사무가인 바리데기의 서사와 비슷한 구성이지만 약간, 보는 견해의 차이에 따라서는 상당히 다르다. 알다시피 바리데기의 이야기는 간단히 말해서, 버려진 일곱째 공주 바리데기가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서 부모도 살리고 나라도 살리고 세상도 살려서 하늘과 땅을 잇는 무당이 되는 이야기이다. 알다시피 이런 이야기지만, '피리새'는? 그 차이는 뭘까.
그건 단언 신화를 다시 각색하면서 (빠지고)추가된 내용들에 있다. 흔히 바리데기는 엉멍이라 생각한다. 그냥 딸만 일곱을 나았다고, 한 나라의 임금이 화가 나 딸을 아무데나 버리고, 그걸 또 스님이 줍어가 할멈할아범이 키울 수 있게 친히 연을 만들어 주고, 시련을 닥칠 것을 미리 예비해서 도움을 주는 둥, 옛날 이야기인 것이 지당한 것으로 허구성이 상당하다. 그러니까, 이건 왜 이랬느냐, 저건 또 왜 그랬느냐 하는 거다. 하지만 피리새는 다르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놀랐던 것이 원작 바리데기 이야기 속에서는 묻힌 역활로 나온 바리데기 외의 여섯 공주(중 일부)의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피리새에서는 움직여 하나의 개연성을 창조하고 있던 것이다. 이쯤 보면 작가가 이 피리새를 쓰면서 얼마나 고뇌를 했는 지를 생각했다. 어디선가 보았던 작가 서문에서도 보았듯이, 원작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 왜 그랬느냐는 논리를 부여하는 데에도 상당히 힘썼을 것이라는 생각이 심히 든다.


하지만 원작을 보았다한들 피리새도 본 느낌이 들까? 전혀 아니다. 이건 새로운 소설이다. 왜냐하면 우선 주인공의 이름도 다를 뿐더러 내용 자체도 대충 뼈대만 그대로 살아 있을 뿐, 누구 손에서 살아남았네, 누구때문에 살 수 있었네, 이런 원작 속 이야기는 거의 빠지고 새로 들어간 내용이 상당하다. 일단 '화랑'이라는 것 그 자체, 그리고 살아 숨쉬는 피리새 속의 고유한 세계들.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내는 한국적 소재들. 상당히 재미있다. 필자 역시 바리데기 원작을 읽었지만 비교해보아도 공통점이 거의 없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피리새는 바리데기를 새로 각색한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바리데기 공주의 서사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있다. 생각나지도, 생각나지도 않는 원작을 각색한 혹은 재구성한 피리새. 한국 구비문학 바리데기의 바탕을 두고 내려온 피리새. 무당이 신내림을 받는 순간의 느낌을 알고 싶다면 한 번 권해보겠다, 김근우의 피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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