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의 말 - 남성 중심 사회에 맞선 불꽃 인생
나혜석 지음, 조일동 옮김 / 이다북스 / 202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인형이 되기를 거부한 영원한 신여성으로 불리는 사람. 나혜석.

그녀는 우리나라 여성으로서는 최고의 서양화가이자, 작가로서 근대적 여권론을 펼친 운동가라고 한다. 그녀의 글들을 엮은 집 나혜석의 말은 그녀의 글을 통해 당대에는 얼마나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는지 알 수 있다.


그녀 자체가 자신은 신여성의 대표인물이라 여겼으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자신이 개척하여 뒤따라오는 이들이 고통 속의 삶을 살지 않기를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래왔다. 이는 그녀의 글인 설산을 걸으며 남긴 글에서 잘 나타나있으며 그녀가 가는 길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길이 얼마나 캄캄했던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산 정상을 향하고 푹푹 빠지는 길도 모르는 데를 아무려나 밟아 올라갔소. 올라가다가 나는 깜짝 놀랐어요.이 추운 아침에 누가 벌써 이 험한 길로 이 두려운 눈을 밟고 올라간 발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남들이 다 따뜻한 자리에서 단꿈에 취했을 때에 얼마나 바쁘기에 이 추운 아침에 여기까지 왔고, 얼마나 부지런하기에 남들이 다 자는데 벌서 이 꼭대기에가지 다녀갔나?


-중략-


믿건데 먼저 밟으시는 언니들이여! 푹푹 디디어 뚜렷이 발자취를 내어 주시오. 좀체름하게 또 눈이 오더라도 그 발자국의 윤곽이나 남아있도록. 깔려있는 백설 위로도 만곡 요철이 보이건마는 그 속에 묻혀있는 탄탄대로는 보이지 않는구려


다행히 누가 먼저 밟아 놓은 발자국을 따라 길을 찾게 되었소마는 그 사람도 몇 군데 헛디딘 자국이 있는 것을 보니 이 두터운 눈을 한 번 밟기도 시리거든. 그 사람은 길을 찾느라고 방황하기에도 얼음도 밟게 되고 구렁이이에도 빠지게 되었으니 그 사람의 발은 꽁꽁 얼었을 것 같소. 동동 구르며 울지나 아니 했는지 몹시 동정이 납디다.


-중략 -


큰 돌멩이에 발부리도 채이고, 굵은 가시가 발바닥도 찌르오. 이렇게 벌써 걸음을 옮기기가 힘들어서야 언제 저기를 올라간단 말이오. ..중략.....아무려나 미끄러져서 머리가 터질 각오로 밟아나 볼 욕심이오."


그녀의 삶은 이러하지 않았을까. 그냥 다른 사람들과 같이 따뜻한 곳에서 잠을 더 자고, 하라는대로 순응하며 살면 되는 것을 미끄러져 머리가 터질 각오로 걸어야하는 백설위로 그녀는 걷기를 다짐한다. 앞서 나간 언니들도 힘내어 더 해주기를 바라지만 나와 다른 길을 가는 이도 있을터 그때는 나혜석 자신이 길을 만들어가면서 발자국을 희미하게나마 남기리라 뒤따라오는 사람이 발자국을 따라 올 수 있도록.


조선시대에는 여성들의 지위가 많이 낮았다. 아버지를 따르고 지아비를 따르고 지아비가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라야했던 여성의 삶. 그녀들에게는 투표권도 없었고 사회적인 활동에도 제약이 많았으며 복종하는 삶만을 살아야했던 그때. 여성의 권리, 여성도 사람이외다를 외치며 살아온 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나혜석을 꼽을 수 있는데 그녀는 자신이 개인으로서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였고 또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여성의 삶이 변화하길 바랬다.


그 시대에는 당연했었던 조혼에도 아버지에게 맞서 여성도 인간임을 주장하며 "경희"를 발표하고, 1919년 3.1운동에서는 여성들의 참여를 조직하는 활동을 하다 5개월 옥고를 치루기도 하였다. 그녀는 결혼을 하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고 늘 선구자로서의 의식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글로 결혼을 하고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경험도 솔직하게 토로하였고 그 당시에는 굉장히 손가락질을 받았을 이혼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이혼고백장'이란 글을 발표하면서 조선 사회의 가부장제를 비판하기도 하였다.


당시 사회는 이 글로 인해 많은 충격을 받았고 사회는 이를 비난하면서 나혜석을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고립하게끔 만들었다. 그녀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고통을 받으며 살았는지는 그녀의 죽음에서도 알 수 있는데 영양실조로 인해 무연고자로 명을 달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에 사람들의 비난과 조소를 받으면서도 선구자적인 길을 걸어간 나헤석. 그녀가 바라는 것은 여자는 사람이라는 것. 여성도 주체적이고 독립적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못했겠지만 그 이후로 사회가 변화하면서 선거권도 갖게 되고, 여성들이 주체적인 존재로서 권리를 주장하고 남성과 동등하게 살아가는 사회까지 오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녀가 남겨준 발자국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은 그 길을 밟아 나가게 되었고 지금의 여성들은 그들의 수고를 누리게 되었다. 나는 한없이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 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은 항상 깨어있어야 사회가 발전한다는 생각이 든다.

큰 돌멩이에 발부리도 채이고, 굵은 가시가 발바닥도 찌르오. 이렇게 벌써 걸음을 옮기기가 힘들어서야 언제 저기를 올라간단 말이오. ..중략.....아무려나 미끄러져서 머리가 터질 각오로 밟아나 볼 욕심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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