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휴먼스 랜드 창비청소년문학 120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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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는 머지 않은 미래를 그려낸 소설이다.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이젠 극한호우라는 말까지 등장했다)가 번갈아 나타나고, 어디서는 엘니뇨때문에 올해의 태풍의 규모와 강도가 엄청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자연이, 환경이 인간에게 단단히 화났고 그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노 휴먼스 랜드>는 1차 기후 재난과 2차 기후 재난을 겪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되어 그곳엔 공식적으로 사람이 살 수 없다. 사람이 없으니 자연히 개발은 멈췄고, 자연이 회복되고 나면 그곳에 다시 사람들을 살 수 있게 하겠다는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이주하거나 난민이 되었다.

노 휴먼스 랜드 중 하나인 한국을 조사하기 위해 미아와 한나, 파커, 크리스, 아드리안 총 5명으로 이루어진 조사단이 서울로 향한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아드리안의 죽음, 수상한 크리스의 행동, 파커와 한나의 과거 그리고 시은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고 있는 미아 등 개개인을 둘러싼 여러 사정들이 밝혀진다. 또한 노 휴먼스 랜드, 말 그대로 사람이 없어야 하는 서울에는 불법 거주민이 있었고, 암묵적으로 노 휴먼스 랜드에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미아 일행은 알게 된다. 아드리안의 죽음과 크리스의 실종을 겪으며 비밀 연구소의 존재까지 알게 된 미아와 팀원들은 해당 연구소에서 미아 본인 할머니의 옛 동료인 앤 소장의 음모를 듣는다. 앤 소장은 플론(plone)이라는 유전자 편집 식물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불안과 우울이 극심한 사람들을 안정시키는 새로운 향정신성 의약품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204쪽). 마약이나 다름 없는 플론으로 사람이 만들어 내는 모든 종류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앤 소장의 목적은 어딘가 뒤틀려 있다. 플론은 '전쟁과 기근, 폭력과 차별, 불평등과 기후 재난 걱정 없이 천년만년 인류가 계속 지구에 존재할 수 있게 할 유일한 방법(217쪽)'이라고 앤 소장은 말한다. 플론에 중독된 인간은 자아 없는 인형과 같다. 자아가 없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미아는 묻는다.

앤 소장의 음모를 막기 위해 플래그리스라는 단체에서 파견된 빅토리아는 미아에게 시은을 연기하게 하며 노 휴먼스 랜드 조사단을 감시하는 역할을 부여한 ‘X’다. 그는 연구소에 몰래 잠입해 플론을 뿌리겠다는 앤 소장을 막고자 폭탄을 설치하지만 이 작전은 미아로 인해 실패한다. 폭탄이 터지면 플론에 중독된 피험자들이 전부 죽게 되므로 미아는 폭탄을 들고 밖으로 나와버린다. 미아는 불법 거주민인 채윤의 도움을 받아 연구소 언덕 아래로 폭탄을 던져버리고 폭탄은 제한시간이 되어 터지면서 미아는 의식을 잃는다. 그 후 연구소 근처에 있던 국제연합군이 폭발을 감지하고 사고를 수습한다. 그 과정에서 앤 소장과 그 주변인들은 수감되고, 노 휴먼스 랜드의 불법 거주민에 대해 방관하고 은폐하면서 그들에게 비윤리적 실험을 진행하고 있던 UNCDE(유엔기후재난지구)를 향한 사람들의 시위가 이어진다. 그리고 노 휴먼스 랜드 제도가 폐지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책을 읽으며 두려웠다. 머지 않은 미래, 2050년 이후의 삶을 그리고 있는 <노 휴먼스 랜드>는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연을 무분별하게 이용하고 파괴하는 행위가 결국은 마약이나 다름 없는 플론을 상상하고 실현하게 하는 인간답지 못한 현실을 낳았다는 것을. 단순히 픽션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논픽션이자 머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살기 힘든 세상이다. 디스토피아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것은 그 때문이겠다. 가까운 미래가 암울하고 희망이 없다고 암시하면서 미리 매를 맞는 게 낫다고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를 관조하거나 낙관하지 말고, 바꾸겠다고 조금씩 움직이는 것. 아픈 자연과 사회 속에서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은 의문을 품고 행동하는 것이다. 노 휴먼스 랜드를 막는 것은 오로지 그 뿐이다.

※ 이 글은 창비 출판사의 <노 휴먼스 랜드> 소설Y 클럽 서평단 활동을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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