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
강경석 외 지음, 이기훈 기획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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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유난히 춥고 길었다. 2016년 겨울이었던가, 그게 아니라면 2017년의 시작쯤이었던 것 같다. 나는 당시의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종이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내 주변의 행렬은 행진을 위해 함께한 동아리 동료들이었고, 거리를 가득 메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 있다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접점이 없는 남들이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집단이 되었고, 우리는 목소리와 꽁꽁 언 손으로 진실을 위해 싸웠다. 전국이 불빛 가득한 서울과 같았다. 전국이 하나의 을 이루어 한 곳으로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은 기운이나 힘을 뜻하면서,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를 말하기도 한다. 한국사가 강조되면서 그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 책들의 목차를 보면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다.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원인이 있고, 그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에 놓여있을 때,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며 독립을 위해 3.1운동이 일어났다. 전국적 규모였으며, 같은 뜻으로 뭉친 타인과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본 책에서는 3.1운동을 계승한 여러 가지 혁명과 운동을 제시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의 혁명이자 운동이라 할 수 있는 '촛불'이 그 예 중 하나다.

3.1운동은 조선을 강제로 점령한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촛불은 기울어진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한 투쟁이었다. 따라서 3.1운동은 정치적인 목적이 주되지 않았지만 촛불은 정치적 정도를 위한 목적이 컸다.

다른 목적을 가진 두 사건을 같은 맥으로 바라봐야 하냐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뜻을 가진 대부분의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불의에 저항해 어떠한 결과를 이뤄낸 것 자체로 촛불이 3.1운동의 맥을 따른다고 생각한다.

고유한 명칭을 가진 여러 민주화운동이나 독립운동들을 논할 때 여전히 3.1운동이 떠오른다. 3.1운동이 여러 방면으로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에서처럼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의미 그리고 조명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존재까지 드러내며 서서히 스며들도록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사유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유의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책이 내가 잘못된 공부를 했다는 걸 피력한 셈이다. 한국사 공부를 하면서 외우기만 했고, 3.1운동의 영향이 무엇인지만 생각하며 과정을 보지 않았다. 단순 암기로만 접했으면서 3.1운동이라 하면 대임정과 1919년만 알면 되는 줄 알았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깊이 스며들수록 무뎌지는 것 같다. 결코 무뎌져서는 안 된다. 백 년 전의 저항과 외침이 깊어질수록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계속되는 3.1운동의 맥과 함께 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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