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因緣)
하나는 3학년 때 전학 온 학교에서 수지와 친해져 단짝이 되었다. 느리지만 신중한 수지가 울면 하나는 안아주고, 무거운 물건이 있으면 대신 들어주며 곁에서 챙겼다. 수지는 그런 하나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가끔은 원하지 않는 도움을 주거나 자신이 대답하기도 전에 오해하고 화를 내는 모습에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관계에 조그마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지는 하나가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서운함을 느꼈고, 그 서운함이 쌓이면서 둘은 점차 소원해졌다.

# 시절인연(時節因緣)
우리는 '시절인연'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특정 환경 속에서 인연을 맺고 시간을 공유하다가, 그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다. 초등학교 시절 학년이 바뀔 때도 마찬가지다. 일 년 동안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다음 해에 다른 반이 되면 관계가 예전 같지 않기 마련이다. 때로는 그것이 섭섭하고 원망스럽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또한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임을 배워간다.

보통의 동화에서는 관계가 소원해졌을 때 갈등을 풀고 전보다 더 단단한 관계가 되는 결말을 취한다. 그러나 현실의 삶이 늘 그렇지는 않다. 오해를 풀지 못한 채 끝나기도 하고, 오해는 풀었으나 예전만큼의 관계로 돌아가지 못하기도 하며, 도리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이 책 『그래서 그랬어』는 이렇듯 인간관계가 지닌 다양한 측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게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공식이 반드시 '영원히 함께하는 결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각자의 삶에서 새로운 관계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하나와 수지의 시점을 교차하며 그려낸다.

# 회자정리(會者定離)
관계를 마무리하는 과정에도 서로를 향한 예의가 필요하다. 지금은 비록 예전 같은 사이가 아닐지라도, 한때 함께하며 행복했던 시간에 대한 충분한 인정과 작별의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는 수지에게 "왜 내 사과를 받아주지 않느냐"고 외치는 대신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진심을 건넨다. 수지는 그제야 처음으로 편안해진 하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수지 역시 그 시절 자신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던 하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책의 표지에는 여전히 서로를 어색하게 바라보면서도, 각자 자신과 잘 맞는 새로운 친구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수지와 하나의 모습이 담겨 있다. 활짝 피어난 하얀 꽃과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절대 헤어지지 않을 줄 알았던 아이들이 마음속 불편함을 직면하고 서로에게 감사하며 관계를 매듭짓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된다. 이들은 단짝은 아닐지라도 서로를 응원하는 '좋은 아는 친구'로 변화해간다.

관계의 끝이 반드시 누구의 잘못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인연은 자연스럽게 정리되기도 한다. 이 이별과 소외의 감정이 아직 낯설고 서툰 아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그래서그랬어 #강인송 #김성라 #어린이동화 #동화추천 #도서제공 #창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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