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위한 창작정보 1 - 만화가, 작가, 창작가 들을 위한 쓸모있는 정보 이야기 작가를 위한 창작정보 1
카테리나 지음 / 크라운레이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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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세상에서 제일 후회되는 책임 왜 샀을까 코찔찔이들이 영화로 배워서 대충 써둔 인터넷보다 못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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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창작정보 2 - 작가, 만화가, 창작자들을 위한 쓸모있는 정보이야기 작가를 위한 창작정보 2
카테리나 지음 / 크라운레이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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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이 나무위키 긁어도 이거보단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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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상류엔 맹금류를 읽고


나는 여러모로 틀리기 쉬운, 오래전에 헤어진 제희의 이름을 정정하며 소설을 시작한다. 나는 담담하게 제희의 성향을 설명하는데, 어째서 제희가 그러한 청년으로 자랐는지 알게해주는 대목들이 다수 등장한다. 제희는 ‘아이를 떼러 갈 시간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태어났으며 아들이자 막내라고 귀하게 취급을 받은 적이 없었다. ‘여성성을 내면화한 듯 했다’던 친절한 제희의 성향은 막내로 태어나고 가난한 집안에서 비위를 맞추며 살기남기 위한 생존본능이 아니었을까. 역시나 그런 제희의 성향에 애인이라기보다는 친한 형제라고 느껴 즐거웠다고 하는 나를 생각해보면, 제희는 상대에게 자신을 맞추는 것에 익숙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제희의 집안에서 희한한 광경을 본다. 아픈 아버지를 둘러싼 제희와 제희의 누나들, 어머니가 서로를 다독이며 이 고난을 헤쳐가자고. 그들이 믿는 것은 신이 아니었으며 오로지 자신들의 고생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제희의 가족은 서로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나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그들의 발버둥을 보며 어렴풋하게 언젠가 나도 ‘재희네 어머니의 화분들‘에 들어가리라 생각한다. 순간 나는 벽에 걸린 모순도 발견하게 되는데, 아주 세련된 제희의 어머니의 사진, 제희네가 조금이라도 형편이 되던 시절의 사진들이다. 수목원에 가기 전의 나는, 유년 시절 동안 가족애를 모르고 자랐기에 재희네의 그런 끈끈한 가족애를 피상적으로 동경하며 자신도 그 고난과 역경을 함께 넘기고 싶어하는 것이다. 나는 제희네와 역경을 함께하면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던 가족애를 채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었다.



허나 나의 이러한 확신은, 가족애라는 얇은 베일을 쓴 실상이 벗겨지고 가난이라는 실태가 드러나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된다. 제희네는 빚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죽음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제희네 부모님은 빚을 갚고 떳떳하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제희네 부모님은 둘 다 실향민이었으며, 가족과 헤어지거나 정착한 곳을 떠나 도망이라는 것은 지긋지긋했을 것이다. 게다가 제희의 어머니는 누구 하나 버리지 않고 온전히 살아온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나는 그러한 선택이 부도덕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제희네 부모님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어디까지나 관찰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생각으로는 제희네가 미련해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제희의 누나들처럼 희생을 하거나 제희처럼 체념하는 법을 익히며 살아온 사람이 아니기에. 존경심은 갖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제희의 가족들을 보며 한숨을 쉰다. 가족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제희에게도.



삐끗거리는 기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희네의 단단한 가족애를 동경하고 부러워한다. 질투하며 눈물까지 훔치게 되고, ‘나’가 일원이 되면 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추상적인 것을 얻고 싶어 나는 제희네에 자주 들린다. 자주 들릴수록 나가 보는 것은 끈끈한 사랑이 아닌, 제희네 어머니의 핍박에 가까운 폭언과 야위고 지쳐가는 제희네 아버지의 말로이다. 이냥저냥 세월이 흐르다 사건이 발생한다. 의견을 내기보다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했던 제희가 수목원에 가자고 말한 것이다. 제희네 부모님도 이때는 합이 맞았다. 나는 제희네 부모님이 누리지 못했던 것에 놀라며 자신은 수목원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다른 여름보다 훨씬 무더운 여름이었으나 제희네는 열심히 나들이 준비를 한다. 실향민이었던 과거 때문인지, 어렵게 자라서인지 그들이 나들이를 갈 때는 빈손으로 가는 법이 없다. 무리를 해서 실은 짐을 다 싣고 여행길에 오르자마자 기분 좋은 나들이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제희의 아버지가 신분증을 두고 왔고, 제희네 어머니는 평생의 울분이 터진 듯 제희의 아버지를 타박하기 때문이었다. 제희는 익숙한 상황이라는 듯 잘 될 거라며 부모를 신경쓰지 않고 운전에만 집중한다. 나와 제희는 이미 조울증 비슷한 제희의 어머니의 컨디션을 알고 있었고, 긴장하고 있었다. 제희는 긴장의 끈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중재자였다. 제희는 평생 익혀온 삶의 지혜로 그들의 눈치를 살피는 법을 내재화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들은 수목원에 도착했다. 수목원에 도착해서도 제희의 고난은 결코 끝이 나지 않는다. 제희의 어머니는 눈아래로 짙은 그늘이 져있었으며 잔뜩 실어온 짐은 이리저리 불균형이라 제대로 쌓을 수조차 없다. 다른 모양과 도저히 공존할 수 없는 것들을 제희는 카트에 실었지만 임시로 만든 그것은 제희를 다치게 한다. 제희는 복사뼈에 가해진 충돌로 일어나지 못했지만 똑바로 서서 내색을 않으려한다. 제희네 어머니는 제희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희에게는 평생의 족쇄였을 부모의 멍한 눈으로.



나에게 제희는 카메라를 걸어주며 찍어보라고 하지만 나는 생각처럼 가족의 모습을 잘 찍을 수는 없다. 애초에 거리감이 있는 가족이었음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나는 차츰 깨달아가고 있다.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무시했을 지도 모르는 그 징조들을. 제희는 난장판인 카트를 ‘용케’ 균형을 잡아 끌려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제희는 내게 거미를 보라고 한다. 아름다웠던 거미는 어머니의 세련된 젊은 시절을 회상케하는데, 나에게 보이는 그녀는 육십대의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제희와 그 가족들에게 일어난 일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스스로 제희 가족과의 단절을 꾀하는 듯 보인다.



제희네 가족들은 입을 모아 제희네 아버지를 칭송하지만, 일본에 있었던 시절에 대해 아무도 묻지는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입에 풀칠하기 바빴으며, 서로의 고통을 덜어주기엔 자신의 고통이 너무 컸다. 제희는 고생한 이야기가 왜 궁금한지 이해가 되지 않아 나에게 고개를 기울인다. 아무리 회복시키려해도 제희의 아버지에게 남은 가난의 상흔은 영원히 남게 되어 낙인처럼 그에게 붙어있다.



제희는 최대한 어머니와 아버지를 중재하지만 그들의 다툼은 끝이 없다. 세련됐던 제희의 어머니는 고생을 하느라 폭삭 늙어버렸고, 그것을 제희의 아버지 탓으로 돌린다. 제희의 아버지는 제희의 어머니에게 가난을 제공한 원인이며, 제희의 어머니 화분들에는 들어오지 못 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남편에게 아주 심한 욕설과 원망을 배설한다. 부부는 함께 있으나 실향민처럼 먼 사이인 것이다.



나는 제희네가 가자는 곳에 무언가가 죽었을 것 같다며 거부감을 보이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가 앉는다.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침묵을 애써 깨려하지만 이미 부패된 분위기는 겉잡을 수 없이 번졌다. 제희는 체념을 했으며, 나는 제희네를 등지고 앉으며 심리적 단절을 드러낸다. 나가 그날의 수목원 나들이를 잊을 수 없는 까닭은 막연하게만 느꼈던 가난을 몸소 체험했기에, 오히려 나라는 인물이 있어서 그 가난이 더 독보였기에 잊을 수 없는 것만 같다. 나가 없었더라면 제희네는 애써 도시락을 크게 준비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전전긍긍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제희의 표정을 보며 마음을 아파하지만 나는 이미 이상한 광경에 질려버렸다. 게다가 관리인이 제희네를 저지했으며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그들을 힐끔거린다.


나는 다시 한 번 그들의 민낯을 보게 된다. 곤경에 빠졌으면서, 평소라면 화를 길길이 냈을 제희네 어머니가 유해한 사람이 아니라는 듯, 대중에게 실실 웃어 보일 때. 그것을 나는 아주 이상한 심정으로 지켜본다. 제희네 집에서 보았던 끈끈하고 동경하던 가족애는 허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어슴프레 깨달았기 때문에. 게다가 나는 똥물에서 밥을 먹었다며 제희네에게 포화를 퍼붓는다. 나로써는 전혀 겪어본 적이 없는 실재의 가난과 하류의 인생을 맛본 충격이 제법 씁쓸했을 것이다. 복숭아 가게에서 복숭아가 아닌 무화과를 사주는 것도, 가난을 보여주는 단면의 일부이다. 나는 심리적으로 견고하게 마음의 벽을 쌓았고, 허물어질 수 없을 것임을 제희 역시 깨달았을 것이다. 둘의 사이는 저절로 멀어진다.




결국 나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과 삶을 이어나간다. 문득 제희네를 떠올리며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외로워하지만, 제희네에게는 그것조차 사치일 것이다. 그들은 혼자 누워 사색과 고독에 잠기는 사치를 부릴 방이 없었으며, 일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치열하게 삶을 이어가야 했으니까. 마지막에 나는 모두를 당혹스럽고 서글프게 만든 것은 내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이것은 맞는 말일 수도, 틀린 말일 수도 있다. 제희네는 언제나 위태위태하고 불균형했지만 어떻게든 가족들을 갈아 생활해왔었으며, 나는 우연찮게 그 현장을 목도했던 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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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2019 5호 - Vol.5 : 일상이 권력에게 묻다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5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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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안 했는데 내지 두툼하고 레이아웃 깔끔하고 디자인 센스도 진짜 좋다. 색감도 예쁘고 트렌드도 잘 읽었고 주제에 맞춰 꼼꼼하게 선별된 칼럼들.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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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교양 이론 (양장) - 지식사회의 오류들
콘라트 파울 리스만 지음, 라영균 외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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