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조영지 지음 / 다림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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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묘한 느낌에 이끌려 책을 만져본다.
밤의 목련꽃... 작가님은 어떤 얘기를 들려주실까?

우선, 면지에서 마른 가지에 단 하나의 목련꽃봉오리가 맺혀있다. 뒷면지에선 이 꽃이 활짝 피었을까? 아니면 이것조차 시들어 떨어져버렸을까?

페이지를 넘기면 전시실에 항아리와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다.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고 ‘나’는 누굴까 질문을 던졌다. 11세는 항아리라고, 6세는 저 사람이라고 말한다. ^^)

페이지를 넘기면 작가소개와 서지정보가 있는 속표지가 나온다.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잠시 숨을 고르며 찬찬히 읽어본다.

“작고 약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존재들을 가만히 그려봅니다. 그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이야기로 담아낼 수 있길 바라며 그림책을 시작했습니다...”

초판 1쇄 발행날짜가 2020년 6월 25일이라니! 발행날짜까지 신경 쓴 세심함에 또 한번 놀란다.

거친 손바닥으로 달항아리를 공들여 닦아주던 억척네는 일본인 지주 집의 식모였다. 해방이 되던날, 지주는 도망가고 억척네가 항아리를 가지고 간다.
억척네와 삼남매에게 달항아리는 보물항아리였다.
6.25전쟁으로 피난을 가야할 때 억척네는 항아리를 감자와 쌀로 채워서 산에 묻는다. 한번 씩 찾아와 그 감자와 쌀을 꺼내어 떡을 쪄서 북한군에게, 그리고 미군과 경찰들에게 바친다.

또 다시 피난을 가야했던 억척네는 달항아리를 가져가지 못하는 안타깝고 미안한 맘으로 한참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달항아리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누군가를 기다린다.

달항아리가 ‘나’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책이 담백하게 느껴졌다.
첨에 혼자서 읽으며 찬찬히 페이지를 넘기다가 마지막에선 코끝이 찡해서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그저 한 소박한, 그러나 강인했던 억척네를 통해서 잔잔히 풀어내는 작가님의 그림과 글에 침잠하게 된다. 아마도 그 시대를 살았던 대부분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이 그러했으리라...

이 책을 보며 김지연 작가님의 <백년아이>가 생각나서 아이들과 두 책을 함께 보며 역사 얘기를 하기에도 좋았다.

아파트 불이 켜진 도시에 달항아리가 머금은 달의 모습은 평화로운 현재를, 그러나 여전히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뒷면지의 목련나무는 앞면지에 있던 봉우리가 만개를 했고, 가지마다 목련꽃 봉오리가 맺혀있다.
앞으로 살아갈 우리들의 수많은 미래를 함축한 것이 아닐까?

조영지 작가님의 첫 그림책이라니 더더욱 놀랍고, 앞으로 작가님의 행보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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