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걷다 - 폭풍의 언덕을 지나 북해까지
이영철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자연이 인간보다 도드라지는 곳!

영국 동해에서 서해를 가로지르는 길 Coast to Coast Walk (CTC) 309km(192마일)

 

우리나라로 따지면, 인천 월미도에서 강릉 정동진이나 묵호항 거리라고 한다.

 

국립공원 3개를 지나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문화, 19세기 건축물과 수도원, 드넓은 요크셔 지방 광야에 보랏빛 헤더꽃이 만발한 여정 속에 대 자연을 느끼고, 인생을 경험하고,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영국을 걷다>는 1973년 영국여행작가 알프레드 웨인 라이트가 쓴 책 Coast to Cast walk를 통해 소개된 걷기 길로 영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매년 수천명이 완주할 만큼 사랑을 받고 있는 걷기길이다.

회사와 집 밖에 모르던 저자가 퇴직 5년만에 세계 10대 트레일을 완주하고, 코스트 투 코스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나라에서 이 만큼 자세하고, 솔직 담백한 여행기가 또 있을까.

대자연의 풍경이 페이지 곳곳에 넘쳐난다. 저자의 행보를 요리조리 쫒아 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삽화를 보며, 잠시 잠깐 자연의 내음이 느껴지는 듯 했다.

길을 잃어 불안해 할 때는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고, 어디선가 여행객들이 나타나 저자를 안심 시키면 나도 덩달아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진에 담긴 여행객들과 현지 주민들의 표정이 밝고, 한결같이 웃고 있다.

등장하는 반려견 조차 평온해보여 이 곳이 천국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들판에서 풀 뜯는 소들과 염소나 양들이 푸른 자연 위에 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동물이지만,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이 책 속에서 저자와 함께 걸으면서 느낀 건 뜻한 방향대로 가지 않더라도, 항상 누군가의 도움으로 목적지를 향해 함께 어우러져 간다는 것.

 

각자의 여행길 위에서 처음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도와주며 그렇게 여행을 한다는 게 정말 인간 혼자서 제 잘난 맛에 살 수 없고, 살면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온다 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인연이 참 소중하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돌이켜보면 세인트비스를 떠나던 첫 날부터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126p

 

 

“하루 30킬로미터 이상씩을 일주일 정도 걷다보면 몸에 슬슬 이상 신호가 오면서, 그동안 굳세던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산 좋고, 물 좋은 우리나라 금수강산이 있는데 멀리까지 돈 들이고 와서 이 무슨 고생인지, 아직도 3주일을 더 걸어야 하는데 과연 끝까지 갈 수나 있을지...” p169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15박 16일 코스가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각 챕터 앞장엔 지역소개와 다양한 정보가 있고, 코스마다 숙박 정보라든지 여행시기, 길 안내, 가이드북, 추천여행코스, 소요경비 유의사항 등 필수정보들이 꼼꼼히 체크되어 있다.

 

“정상은 넓고 광활했다 방금 떠나온 아래쪽 골짜기에서 저 멀리 보이지 않는 동쪽 골짜기까지 녹색의 솜이불을 깔아놓은 풍광이다” 61P

 

태어나서 이런 표현을 쓸만 한 곳으로 여행을 가 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광활하고, 저 멀리 보이지 않는 동쪽 골짜기까지 녹색의 솜이불이라는 표현은 사진으로 보는 풍경만으로도 느껴진다. 그리고, 꼭 가야 할 리스트 1순위로 정했다.

 

예산을 초과하더라도 꼭 걷기의 즐거움. GPS로 길을 찾아가며, 헤매이기도 하고, 현지 여행객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싶다.

 

뉴질랜드 두형제, 사장의 재치가 돋보이는 free beer가게, 리그농장에서 사귄 세명의 꼬마 등 여정 속에서 만난 인연들이 적지 않다.

 

 국립공원 뿐만 아니라, 

돌무덤이나 수도원 등 유적지도 많고, 볼 거리가 다양해서 좋다.

 

 

하틀리 산 정상에 있는 아홉 개의 돌무덤.

 

지어진지 800년이 된 사프 수도원

"샤프수도원은 지금은 폐허가 되어 옛터만 남은 유적지다.

폐허의 수도의 건물을 실물로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영화 속 중세시대 어딘가에 시간 여행이라도 온 듯 한 기분이었다. 106p"

 

이 구절이 나에게 와 닿았다.

폐허가 된 500년 된 횟비 수도원 사진을 보니 더 그러했다.

 

만나는 여행객들에게 그가 묻는다.

 

 

그대 왜 걷는가?

Why are you walking?

“ 먼 길을 걷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 ‘성찰’ 또는 ‘힐링’이란 단어를 많이들 연상한다. ‘왜 걷는가?’에 대한 해답은 각기 다양할 것이다. 지난 삶을 돌아보려고, 인생에 뭔가 돌파구가 필요해서, 몸과 영혼을 자유롭게 하고 싶어서, 꼬여있는 난제를 풀고 싶어서, 무조건 새 출발을 하고 싶어서....... 고상한 이유도 있을 것이고,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자학하고 싶어서, 건강해지고 싶어서, 시간이 남아 돌아서, 자연과 벗 하는게 좋아서, 이유 없이 그저 그냥 좋아서... ... .171p

 

목적 없이 하루 종일 걸은 적이 있다

물론 마음에 근심은 늘 달고 다녔지만, 4~5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잡념이 사라지고,

발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육체가 고단하니, 심오한 생각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쉬고 싶단 생각 밖에, 집으로 돌아와 씻고 누울 때 그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

아마 혼자 걷게 된다면, 그 이유는 내 머리와 가슴에 쌓여 있던 근심과 걱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몸으로 혹사시키고 싶어서겠다.

둘이 걷게 된다면, 대자연에 몸을 맡기고, 서로에게 의지해 힐링을 만끽하고 싶을 것이다.

 

 

 

여행하지 않은 사람에겐 이 세상은

한 페이지만 읽은 책과 같다.

- 아우구스티누스

 

 

공기마저 아름다운 이 곳 코스트 투 코스트는 힐링을 만끽하고 싶은 풍광이 펼쳐지지만, 시간 내에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고단한 여정이기도 하다.

길을 헤매고, 시간이 지체되는 등 난관에 봉착하기도 하고, 작가의 말대로 돈 주고 왜 이 고생을 하는 지 순간 회의에 빠져들기도 하고, 중간에 읽는 내가 지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덮었을 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인생을 깨닫게 되는 것은

이 책 안에 모든 삶이 다 배어있기 때문이다. 서툰 상황과 실수를 그대로 이 책에 담겨 있어 완벽한 그 어떤 여행 에세이에서 볼 수 없었던 생생한 전달과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앤드류 매튜스

 

  


 

 여
행책을 들고 막상 여행을 떠나면, 책처럼 완벽하지 않을 때가 많다.

  변수는 늘 생기고,비가오고, 눈이오는 자연현상은 말 할 것도 없고, 내 스스로 세운 플랜이 어그러질 때가 생기는데, 이 책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걱정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곧 나를 보게 됐고, 지나가는 여행객의 도움을 받게 되니, 그 다음부턴 기다리면 언젠가 여행객이 지나갈 거라는 생각에 안도를 한다든지, 제 아무리 잘나고 좋은 위치에 있어도 그 여행길 위에 혼자 덩그러니 길을 잃는 다면 긴장하고 불안하지 않을 사람 하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 때가 온다는 걸. 우리 인생이 혼자 살다 가는 외로운 인생이라고들 하지만, 사람 때문에 힘들어도 결국 사람을 통해 힘을 얻기도 한다는 걸.

CTC 길 위에서 만난 여행객들은 다시 그 길을 걷는 날이 온다고 한들 다시 만날 확률은 거의 없지 않은가.

 

그러나, CTC 길을 걷는 순간에는 동지가 되고, 말 벗이되고, 결국 함께 동행하는 동반자와 다름없이 느껴졌다. 한국 초콜렛을 여행객들에게 건네는 그의 마음을 볼 때 한국인의 정을 나눴다고 생각이 들고, 여행객들이 그에게 North냐 South냐 물을 때 코리아는 코리아인데 그렇게 묻는 다는 게 사실이 우리에겐 낯설지만, 외국인이 바라보는 시각에선 우린 분단국가의 이미지가 대표적인 듯 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엔 산티아고 순례길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많은 여행객들의 성지가 된 그 곳에선 길을 잃을 것도 정보를 얻기도 쉽고, 다양하고, 많은 사라들과 어우러져서 가기에 안전하기도 하고, 조금씩 안정적이고 편안한 여행을 생각하게 되는데, 언젠가는 꼭 가볼테지만, 우선 코스트 투 코스트 여행길을 계획할 수 밖에 없다, 국립공원의 아름다움. 지역마다 느껴지는 정취 그리고, 사람도 알려진 다른 곳 보다는 많지 않아 사색하며 걷기 딱 좋다는 게 이유인데, 5년 안에는 반드시 가보려고 한다.

헤더꽃이 피는 8~9월이 여행시기로 좋다고 한다.

CTC에는 비가 자주 내려 땅이 질퍽해진다고 하니, 방수신발을 하나 더 준비해야 할 듯 싶다.

또 하나! GPS는 꼭 챙겨야겠다.

그리고, 코스 마다 방을 예약하고, 시간적 여유를 고려해 낮이 긴 봄이나 여름으로 날짜를 정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오리라 다짐해보며!

 

인생에 꼭 가야 할 곳으로 선정 될 만큼 대자연이 아름다운 곳 코스트 투 코스트 워크!

꼭 한번 읽어보고, 계획하길 바란다.

 

주말 내내 이 책을 읽으면서 설레고, 직접 체험한 기분이 들어 행복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꼭 가지 않더라도, 책을 통해 대리만족이 가능한 <영국을 걷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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