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병 환자들
브라이언 딜런 지음, 이문희 옮김 / 작가정신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상상병 환자들>은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저 짐작만으로는 주변에서 흔히 한두 명쯤은 만나게 되는 사소한 아픔도 과하게 부풀어 앓아대는 꾀병쟁이들을 말하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책속의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상상병 환자들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나조차도 상상병 환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공감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이미 한 번쯤 맞닥뜨린 질병, 심기증.”이라는 글귀와 심기증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공감을 할 수밖에 없다. “현대인은 항상 어딘가 아프다. 편두통, 관절 통증, 소화불량,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그러나 흔히 ‘스트레스성’이라는 수식이 붙는 각종 질병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그 증세도 다양해서 분명하게 진단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때로는 꾀병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런 증후를 ‘마음의 병’이나 ‘건강염려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의 기원이 바로 ‘심기증’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는 ‘심기증’은 주변의 누군가를 떠올리게도 하고, 내 스스로의 모습도 떠올리게 한다. 몇 년 전에 한창 바쁜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컴퓨터로 작업하는 일들이 많을 때 자주 손목의 통증을 느끼곤 했었다. 분명 일에 허덕이며 손목터널증후군이라도 온 것이라 확신하며 병원을 찾았지만, 희한하게도 의사 선생님의 말은 괜찮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손목의 통증은 낫지 않았고, 또 같은 병원을 찾았을 때에는, 의사 선생님에게 어느덧 나는 꾀병을 자주 부리거나, 평소에도 작은 통증에도 엄살을 부리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런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엮을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에게 어느덧 심기증은 겪었거나 겪게 될 일인 것이다. 정신과 육체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심기증이라는 것이 더욱 알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심기증은 질병과 죽음에 대한 보편적 두려움과 개인의 선·후천적 기질에서 기인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다양한 경험에서 겪게 되는 현상이 더욱 지배적인 듯하다. 저자도 소개 글에서 어려서부터 죽음을 가까이에서 많이 경험한 사람일수록 더욱 심기증적 경향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상상병 환자들>에서는 심기증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에서부터, 심기증을 겪은 유명한 9명의 사람들을 대표적으로 소개하며 더욱 흥미로운 내용을 전달한다. 제임스 보즈웰, 샬럿 브론테, 찰스 다윈,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앨리스 제임스, 다니엘 파울 슈레버, 마르셀 프루스트, 글렌 굴드, 앤디 워홀이 바로 그들이다. 유명한 사람들이기에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제인 에어>의 작가인 샬럿 브론테는 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만성통증과 불안에 시달린 신경병 환자였고, 찰스 다윈은 고독한 시간을 간절히 원한 소화불량증 환자였다. 또 유명한 앤디워홀은 자신의 외모와 몸에 대한 콤플렉스로 시술에 의존하였다. 유명인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겪게 되는 심기증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와 사실적인 묘사들이 이해와 깊이를 더해 감춰두었던 스스로의 본질적인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읽는 내내 흥미로웠고,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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