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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움의 왕과 여왕들
대니얼 월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백 년 전, 엘리야 매컬리스터와 그의 중국인 친구이자 인질이었던 밍카이가 세계 최고의 비단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세운 도시 로움. 그곳은 이제 산 자보다 죽은 자들이 더욱 많은 황량하기만 한 버려진 고대 도시와도 같은 곳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곳이 살고 있는 주인공들이 있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열여덟 살의 레이철과 그녀의 언니인 태어날 때부터 못생긴 스물다섯 살의 헬렌이다. 두 사람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부터 단 둘이서 함께 의지하며 생활해 왔다. 하지만 헬렌은 어려서부터 못생긴 자신의 외모에 비해 아름다운 레이철의 외모를 시기하고 질투해 눈이 보이지 않는 동생에게 자신이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으며 너는 못생긴 외모를 가졌다는 거짓말을 하는 등 못생긴 자신의 외모를 싫어했다.
처음의 시작은 모두가 그렇듯, 작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작은 거짓말은 어느덧 포장하고 덧붙여져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그러한 작은 맥락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점차 시간이 갈수록 또 다른 인생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사소한 일상과 선택들이 현재의 우리들의 인생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하다. 모든 것들이 이러한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고,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 온 것이다.
이 이야기는 자신의 천국을 만들고 싶었던 로움을 세운 그녀들의 증조부인 엘리야 매컬리스터와 자신이 사랑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 한 포로 밍카이가 어떻게 로움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레이철과 헬렌의 이야기가 이어 등장하고, 이들 뿐만 아니라 유령들의 친구이자 외로운 허풍쟁이인 바텐더 딕비 챙, 가슴이 무너진 뒤에야 자신에게도 가슴이 있었음을 알게 된 벌목꾼 스미스, 헬렌을 사랑한 바보 요나스, 천재성의 씨앗을 뿌릴 기회를 찾아 헤맨 닥터 비들스, 그리고 눈먼 소녀 때문에 눈이 먼 마커스, 그리고 삶의 강을 떠다니며 익사를 막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 붙잡는 유령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소소한 재미와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빅 피쉬>로 유명한 작가인 다니엘 월러스의 작품인 이 <로움의 왕과 여왕들>은 빅 피쉬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듯이 재기발랄하고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들을 선사한다. 인간의 본질적인 질문과 현실적인 모순들을 유머러스한 코드와 동화적인 요소들을 결합시켜 한 편의 이야기로 엮어 낸 저자의 뛰어난 면모를 다시금 엿보게 되는 부분이다. 이 작품 역시도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는 듯한데,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한 편의 동화를 본 듯, 참신하고 흥미로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