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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연인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낯선 곳에서의 우연한 짧은 만남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도쿄에 사는 그녀 다다 하루카, 타이베이에 사는 료렌하오. 도쿄에 살았던 그녀는 타이베이로 홀로 여행을 떠났고 길을 헤매다 우연히 그에게 길을 안내 받는다. 그 짧은 인연은 신기하게도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다시금 길가에서 우연히 서로를 발견하게 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언어로 인해 긴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힘들었고 짧은 영어들로 의사소통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나절 정도의 시간을 함께 보낸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렸고, 이후의 만남을 기약하며 그가 그녀에게 연락처를 건넸다. 두 사람이 스쿠터를 타고 내달리던 거리, 낡은 그의 맨션, 달콤했던 망고, 차가운 물속에서 마주잡은 두 손, 호텔 앞에 마중 나와 미소 짓던 그의 모습, 소소하지만 순수한 마음을 주고받은 두 사람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고 두근거렸다.
이후 연락처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어긋나버린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한채 성장해 간다. 서로에 대한 영향 때문인지 그는 그녀가 살았던 도쿄에 일자리를 잡았고, 그녀는 그가 살았던 타이베이에서 일자리를 잡게 된다.
그는 도쿄에서 건축일을 하고 그녀는 본사인 도쿄에 있다가 고속철도건설로 인해 타이베이로 파견근무를 가게 된다. 두 사람외에도 그녀와 함께 타이베이로 파견근무를 나간 직장상사 안자이 마코토와 타이완에서 태어났지만 종전 후 일본으로 귀국한 노인 가쓰히치로, 타이완 토박이로 별볼일 없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태평하게 살아오다가 고속철도 정비공으로 일하면서 소꿉친구였던 창메이친과 결혼하게 된 첸웨이즈까지. 실로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의 인생에 크고 작게 연관되어 보여진다. 큰 맥락에서는 타이완에 들어서는 일본의 고속철도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그 공간속에서 여러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진다. 우리네 삶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과 같은 인생들을 통해 우리 주변의 삶들을 그대로 투영해 바라보게 된다. 특히나 타이베이의 여러 모습들이 자연스럽고도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타이베이에 대한 모든 것들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후에 타이베이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이 책속의 공간들이 그대로 살아 숨쉴 것만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