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세계적인 문학 작품인 《앵무새 죽이기》는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책이라고 말할 정도로 유명한 고전 작품이다. 작가 하퍼 리의 처녀작인 이 작품은 작가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욱더 현실감을 느끼게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린 소녀인 스카웃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어서 훌륭한 자전전 소설이자 성장소설로 통한다. 결국 이 소녀가 작가를 대변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앞서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했다고 언급한 것처럼, 실제 작가의 아버지도 변호사였고, 글속의 스카웃의 아버지 역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큰 사건 역시도 작가가 겪었던 일을 토대로 하고 있는데, 바로 글 속의 흑인인 톰 로빈슨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강간을 한 범죄자로 기소되면서 백인인 소녀의 아버지가 변호를 맡는 사건이다.

당시 흑인에 대한 차별은 당연시되는 것이었고, 그들은 노동자로 일하면서 백인들에게 무시를 당하며 한 인간으로의 취급조차 받지 못했다. 이런 현실에서 백인이었던 소녀의 아버지가 흑인을 변호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바위에 계란을 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메이콤 마을은 소녀의 오빠인 젬이 말했듯이 마치 네부류의 사람들만이 존재하는 듯했다. 바로 핀치네 사람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 숲속에 사는 커닝햄 집안 사람들, 쓰레기장에 사는 유얼 집안 같은 사람들, 그리고 흑인들이다. 이 사건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젬과 스카웃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인 우리조차도 편협된 사고방식과 더렵혀진 감성에 깊히 반성하게 된다. 톰 로빈슨의 변호가 열리던 법원에서 스카웃과 젬의 친구였던 딜의 모습을 보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직 저 애의 양심은 세상 물정에 물들지 않았어. 하지만 조금만 나이를 먹어 봐. 그러면 저 앤 구역질을 느끼지도 않고 울지도 않을 거야. 어쩌면 세상에서 옳지 않은 일을 봐도 울먹이지 않을 거야. 앞으로 몇 년만 나이를 더 먹어봐. 그렇게 될 테니."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고통 때문에 우는 거지. 심지어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말이야. 흑인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생각한 것도 아닌데 백인이 흑인에게 안겨 주는 그 고통 때문에 우는 거란 말이다."

결국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양심을 통해 우리들은 진실이 무었인지, 그 진실 앞에 가려진 거짓이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 와서 성장하는 아이들을 마주하게 된다. 네 종류의 인간에 대해 말하던 젬도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네 나이 때는 말이야. 오직 한 종류의 인간만 있다면 왜 그렇게 서로를 경멸하는 거지? 스카웃, 이제 뭔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버지의 흑인 변호 사건은 마을 천체뿐 아니라 가까이에서 지켜본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아버지의 곧은 성품과 확고한 신념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작게는 인종차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크게는 법에 대한 실질적인 본질에 대해 토로하고 나아가서는 평등한 삶, 그리고 바로 우리네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왜 이렇게 오래도록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추천도서로 언급이 되었는지 충분히 공감을 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지만, 무엇보다 성장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그녀의 첫 작품 이후 55년만에 《파수꾼》이라는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작품 역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