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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손명주 지음 / 큰나무 / 2015년 6월
평점 :
저자와 마찬가지로 어릴 적에는 서울, 도시에서의 삶은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꿈과 같았다. 그곳에 살기만 하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많은 경험과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좀 더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것도 몇 년, 어느덧 도시의 삶에 길들여지면 편리하고 좋은 삶과 마찬가지로 공허함과 답답함, 지치는 감정들이 들기 시작한다. 너무도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삶이 말 그대로 사막 위에 홀로 놓인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게도 한다. 똑같은 회사 생활에서 쌓여가는 스트레스가 감당되지 않아서 사표를 던지고 싶은 데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여러 고민들을 안고 산다. 새로운 꿈을 향해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는 것과 무모한 일에 도전해보기 보다는 그저 지금의 안전성이 보장된 삶을 선택하는 일.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는 알 수 없다. 모든 선택에는 후회와 미련이 동반되므로,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리고 그 선택을 통해 얼마나 자신이 변화하고 나아가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의 저자는 전자의 선택을 감행했다. 그리고 고향도 아닌, 제주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삶을 원한 아내를 설득하는 게 힘들었지만 두 사람은 헤어질 수 없어 함께 제주의 삶을 위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원하던 글을 쓰는 일과 먹고 살기 위해서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이 책속의 이야기들이 좀 더 다르게 와 닿았던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것이었다. 이미 제주에 대한 책들은 무수히 많지만, 대부분은 제주에서의 아름다운 삶을 이야기하고, 누구나 제주에서의 삶을 꿈꾸게끔 조장하는 듯한 성격도 보이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현실적이다. 무조건적으로 좋다는 것이 아니라, 제주에서의 집을 고르는 데에 겪은 이야기부터 집수리 과정,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의 현실적인 부분들을 들려주는데, 마치 인생 선배에게 조언을 듣는 기분이었다.
글 중 공감하는 글귀 중 하나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손님끼리의 대화중에서 너도나도 제주에 와서 ‘이런 거나 해볼까?’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서의 삶을 꿈꾸고, 언제부터인가 제주에서의 삶이 마치 지상낙원과도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도심에서의 빠르고 지치는 삶에서 그곳은 마치 똑같은 시간임에도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만큼 갖기 못하는 여유와 자연과의 삶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인 것처럼 보여 진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제주에서 사는 것은 어떨까 싶은 마음이 든 적이 있었고,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 중에서도 제주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누구나 쉽게 제주에서의 삶을 꿈꾼다는 것이다. 것도 그곳에만 가면 마치 행복이 보장되어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제주에서의 삶이 지상낙원으로 가는 티켓은 아닐 텐데도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제주에서의 게스트하우스 운영이 ‘이런 거나’로 치부되는 것에 조금 안타깝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것만도 아니라고 말한다. 즉, 생각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것이다.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마냥 내 별장에서 휴식을 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돈을 버는 직업이 그렇지 않을까. 모든 일에는 다 적당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니까.
살다보면, 예기치 못했던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현재의 삶이 너무나 지치고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자신의 몫이겠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뚜렷한 목표와 계획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제주에서의 삶을 선택한 저자의 삶 역시도 행복하길 바라본다. 후에 제주에 가게 될 때, 이 게스트하우스에 묵어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