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도가니
무레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큰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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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도가니>는 대머리가 두려워, 냄새나, 바람은 그날의 우발적 충동, 저음이 좋다?, 기가 센 여자의 미래, 어린 여자와 결혼하는 아저씨, 남자의 체면, 남자의 수다, 남자의 옷차림, 멋진 할아버지가 사라졌다, 남자의 금전감각, 정신적 서열다툼 등 많은 주제들로 남자에 대한 뒷담화를 이야기한다. 마치 저자와 내가 마주 앉아서 남자들의 시시콜콜한 사건과 모습들에 대해 이야기를 펼치는 듯, 그녀의 이야기들에 때론 공감을 때론 아리송한 느낌들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공감적인 부분들이 더욱 많았는데, 그 예로 보통 내 주변의 많은 여자들도 그렇고 상당 부분 나 역시도 남자의 저음이 더욱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남자가 너무 고음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저음으로 말하는 것이 듣기 좋다. 아마도 상대성인 부분을 좋아하는 까닭이 클 것이다. 대체적으로 여자들의 목소리 톤이 높다보니 상대적으로 저음에 안정적인 목소리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이처럼 반대로 남자들 역시 자신들에게 없는 여성스러운 라인이나 가슴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그녀의 각 장마다 소개하고 있는 경험했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나 역시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일들이 떠오르거나 비슷한 류의 남자들이 떠오르곤 한다. 남자의 수다 역시 여자 몫지 않다는 것과 종종 길에서 마주칠 수 있었던 멋진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까지. 나이 든 분들에 대한 인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내 기준에서는 굉장히 친절하고 멋있고 귀여운 분들과 반대로 잔뜩 인상을 쓰고 언성을 높이며 자신의 체면을 내세우면서 어른 취급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어른이므로, 예의 있게 대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만 간혹 어른으로써 보여야 할 행동이 아닌, 초등학생 보다도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끝끝내 고집스럽게 자신의 체면을 높이시는 분들을 보면 어찌할 바를 모를 때가 많다. 이밖에 남자들은 스스로를 보통 이상 정도로는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이 부분 역시도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평균적으로 여성들은 자신을 평균 이하라고 많이 생각하고, 부족한 부분이나 단점에 얽매여 더 잘난 여자들의 모습을 꿈꾸고 이상화하는데, 남자들은 대개 자신의 잘난 부분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자신이 평균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여자들의 부족한 부분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자신에 대해 좋게 평가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더욱 좋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자신감과 자만심에 대한 종이 한 장 차이의 거리를 잘 유지한다면 말이다. 남자들을 만나게 되면 종종 자신감을 지나쳐 보기에 안 좋을 정도로 자만해 보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늘 무엇이든지 도를 지나치면 보기에 안 좋은 법이다. 결과적으로 저자가 마지막 던진 말처럼, 남자에 대한 험담을 잔뜩 늘어놓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남자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부분들도 많고, 점점 여자들의 기세에 억눌려 주눅 든 남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남자 입장에서는 여자들이, 그리고 여자 입장에서는 남자들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끝내 서로의 입장에서 그렇구나, 라고 수긍할 뿐,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날은 여자와 남자라는 존재만으로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마치 재미있는 수다를 떨은 듯 기분 좋고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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