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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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아르바이트로 전전긍긍 삶을 이어나가는 대학생 로라와 로민, 그리고 호두가구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다가 어음을 막지 못해, 미수금을 받지 못해 무능력한 가장이 되고 만 아버지, 그런 아버지로 인해 마트 일을 시작하게 된 엄마까지. 이들 생계형 가족의 모습은 우리네 현실을 대변한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학교를 다니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뛰어 드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예전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한 가족의 모습은 바로 나의 삶이고, 우리의 삶이고, 당신의 삶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모습들에 하나같이 공감을 느끼게 되고, 그 공감은 결국 씁쓸한 마음을 동반한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대낮의 빛은 때때로 사물을 왜곡시킨다. 저 빛이 내 아버지까지 왜곡시키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버지는 노인처럼 보인다. 건장한 느낌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
다. 나는 당혹스럽다(27쪽)."

작품해설을 통해 이 작품의 핵심을 잘 파악할 수 있는데, 가장 와닿는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시점을 교차하면서 풀어낸 이 가족의 어긋난 행보는 결국 늘 내쫓기고 새로 시작하는 순환적 반복을 벗어나지 못한다. 영악하거나(로라) 순수하거나(로민) 억척스럽거나(엄마) 순진무구한(아버지) 이 가족에게 그 반복회귀의 삶이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이 세계의 어떤 질곡이다. 그럼에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의 삶이며, 이 비극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또한 우리가 이 무참한 시대를 살아내는 하나의 방법인가.(227쪽, 작품해설 중에서)"


그 예로, 막내딸인 로라가 최고의 리뷰어로 인정을 받다가, 잦은 구매 후 상품후기 작성 후 반품을 반복하자 블랙 컨슈머로 통하면서, 결국 아르바이트생의 길을 걷게 되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그녀는 처음 리뷰어로 인정을 받을 때에는, 소비자보호원을 가장 좋아했으며, 고객은 무조건 왕이라는 생각으로 고객이 원하는 조건은 들어주어야 하고, 자신이 한 마디만 잘못 글을 올렸다가는 큰일 날 것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위풍당당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처지에 놓이면서 도리어 자신이 행했던 고객들의 터무니없는 요구와 무례한 행동을 받아내야 했다.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마트는 방문했었던 엄마 역시도, 불친절한 고객은 무조건 이름을 외워 와서 불만접수를 하곤 했었다. 후에 자신이 마트에 근무하게 되면서 그 불만접수의 대상자가 되리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이처럼 "종업원과 소비자는 그렇게 자리를 바꾸어가면서 사람의 정체를 뒤흔든다"라고 설명하고 있듯이, 우리는 어딘가에서는 종업원이 되고, 다른 장소에서는 소비자로 바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업원이 되었을 때의 행동과 소비자로 바뀌었을 때의 행동이 크게 달라진다. 내가 종업원일 당시, 소비자의 터무니없는 요구나 진상과도 같은 행동들을 겪으며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아왔음에도, 소비자로 둔갑하고 나면 까맣게 잊은 듯 갖은 대우를 받기 위해 애를 쓴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모순적인 모습들을 여실히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모순적인 모습이 반복을 거듭할 수록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스트레스와 피로를 불러일으킨다.


"분노가 치솟으면 나는 자명종이 된다고 느낀다. 심장을 터뜨릴 것처럼 크고 거친 소리가 몸 안에서 울린다. 당장이라도 나를 터뜨릴 것 같은 소리다. 나는 나를 더듬어야 한다. 내 몸 어딘가에 분명히 꺼짐 버튼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버튼을 찾지 못하는 날도 있다. 결국 나는 비명을 지르고 만다. 엄마는 내 사정도 모르고 말한다. 아이고, 저 미친 것 또 시작이구나(143쪽)."


이들 가족의 되풀이되는 악순환과 생활고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과 성숙되지 못한 행동들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반성하게 된다. 현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누구에게라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작품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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