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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수업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판미동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삶을 이어나가면서 누구나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일상에 균열이 생기거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고는 한다. 갑작스런 부재는 불안함과 공포를 불러오기도 하고 깊은 슬픔에 주변을 암흑으로 물들이기도 한다.
주인공 마테오가 그러했다. 이 책은 마테오가 사랑했던 그녀, 노라에게 편지를 쓰듯 이야기 하는 방식으로 줄곧 진행된다. 어릴적 겪었던 일들에 대한 것부터 전쟁 중에 파편으로 눈이 멀게 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그녀를 만난 순간과 행복했던 시간들, 잊고 싶은 그날의 기억과 그 후에 보냈던 피폐한 나날들과 숲속에서 살게 된 시간들과 자연 속에서의 깨달음까지. 이야기는 그야말로 한 사람의 전반적인 인생이야기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마치 이 이야기 속에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것처럼 글귀 하나하나가 모두 깊이있게 와닿는다.
사람에게는 고독의 시간이,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온전히 세상의 갖은 소음 속에서 해방되어 스스로 자연을 마주보거나 자기자신을 마주볼 수 있는 용기와 그 자체로의 순수한 진실을 얻기 위해 말이다. 늘 많은 일들을 겪으며 왜 다른 사람들은 행복한데 나에게만 불행한 일이 생기는 것이냐고 불평을 토로하거나 늘 자신의 기준에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삶은 멈추지 않고 지속되기 때문에 누구나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삶을 어떻게 살아나갈지는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 책속에서 가장 존경스러웠던 인물은 단연 그의 아버지였다.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을 큰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자신의 운명을 부정하지 않았고, 그 고통 속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바뀌어버린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동시에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이어나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짧다면 짧을수도 있을 지난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자칫 잊고 있었던(잊고 싶거나 부정하고 싶었던) 크고 작은 기억들이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삶에 감사함을, 순간의 아름다움을,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게 된다. 숲속의 마테오의 집에서 휴식을 취한 듯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그렇지만 단 한순간도 내가 당신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 우리는 서로 다르고, 나는 이 다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 난 내 개성이 있고 당신에겐 당신의 개성이 있었지. 내가 보기엔 이 두 개성을 서로 지켜 나가는 게 성숙의 표시 같았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홀로 되고서야 나는 자신을 지운다는 것 또는 옆에서 걷는다는 게 전혀 다른 두 개의 현실이란 걸 이해했어.
-171쪽
일상에 특성을 부여하는 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고 그 일상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우리 몫이지. 그러니까 가장 인간적인 방법으로, 가장 고귀한 방법으로 늘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폭풍우가 칠 때나 파도가 잔잔할 때나 모두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똑바로 서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2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