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 어떤 위로보다 여행이 필요한 순간
이애경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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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결정해야 하는데 판단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될 때,

정해진 삶의 패턴에 익숙해져 그 익숙함을 흔드는 무언가에 거부 반응이 일어날 때,

고마운 사람들에게 오히려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질 때,

통장에 적힌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체크하며 나도 모르게 안주하려 할 때,

큰 마음을 먹고 전해줬을 선물에도 딱히 감동하지 못할 때,

터벅터벅 힘없이 돌아오는 퇴근길이 늘어갈 때,

잘 지내냐는 물음에 "그냥 똑같지 뭐."라고 대답하는 나를 발견할 때.

그때가 바로 익숙함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때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순간,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순간, 여행으로 위로받아야 하는 그 순간 순간들, 그 순간들이 모두 다 해당하는 것 같은 기분. 아마 누구나가 같은 생각들로, 여행을 꿈꾸고 지치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할 것이다.

오히려 여행이라는 것 자체를 즐기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떠나느냐고, 떠나야지만 얻어지는 것이 있겠느냐고 반문할런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여행이라는 것을 제대로 즐겨보지 못한 사람인지라, 어쩌면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 반, 그리고 지금 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반이다. 매일매일이 같은 일상에서 익숙한 것들에 안주하는 것은 어쩌면 조금씩 안정적여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그렇게만 안주하기에는 스스로의 인생이 참으로 재미없게 느껴질 때, 있지 않은가. 그럴 때 여행은 달콤한 유혹이 되고 그 여행을 통해서 새롭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다. 여행은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해주고, 배움을 얻게 하고, 또한 크게는 이제껏 지켜왔던 인생관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기도 할 만큼 놀랍기만 하다. 



 

 

조금 더 낯선 곳으로, 조금 더 이질적인 곳으로 내 몸을 채근해 떠난다.
나에게 달려드는 모든 의미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22쪽

 

공항에서 자주 마주하게 되는 꾹꾹 눌러 담아 터질 듯 위태로운 가방은
어쩌면 버리지 못하고 자꾸만 주워 담으려는 굳어버린 못된 생각 같은 것.
무거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그 무엇도 버리지 못하는 실패한 존재로의 귀의를 드러낼 뿐이다.
-26쪽



 

<그냥 눈물이나>라는 작품을 통해 저자를 처음 접했었다. 그 책을 통해 감정적으로 공감가는 부분들을 많이 느꼈었고, 그래서 인지 저자의 새로운 이 책 또한 자연스럽게 읽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이야기들은 '여행은 시작되었다, 바람처럼'으로 시작해 '머물고 싶은 순간들'과 '외로움이 충돌하는 밤의 길목에서' '어쩌면 한번쯤 우리는'에서 마지막으로 '다시 시작될 당신의 여행'으로 이어진다. 각 장들에는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사진들로 채워져 있고, 저자의 여행에서 겪은 소소한 이야기에서부터 여행에 대한 관점과 생각들, 공감갈만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내용들이어서 그런지 쉽게 쉽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그러면서도 다 읽고 나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자유로워지기 위해 여행을 꿈꾼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 놓인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그것만큼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러한 낯선 곳에서 용기를 내게 된다. 일단은 그곳에서는 자기 자신밖에 믿을 사람이 없을 뿐더러, 이 사람들은 자체를 모르며 앞으로도 모를 사람들이라는 전제가 꽤나 자신감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과 만나게 되고,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게 되고,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또 다른 꿈을 꾸게 되는 듯하다. 이러한 이유들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거나 한계에 부딪힐때면 여행을 통해 재충전을 하는 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순간, 어떤 위로보다 여행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이 책 속의 글귀들에 희망을 얻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붙잡아두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최고의 순간에 셔터를 누르지 않는 사진가처럼
우리는 때로 사진을 찍지 않고
순간에 머무르는 것이 필요한 때도 있다. -52쪽


평범한 곳에서 마주친 낯선 일상이, 낯선 곳에서 마주친 평범한 일상이,

잃어버린 기억의 첫 조각을 맞추듯 인생의 퍼즐을 풀어주는 때가 있다. -70쪽

 

추억을 모두 간직하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건 나의 오만이자 착각이었다. 그 추억들은 그 시간에 존재했던

나에게 놓아두고 나는 현재의 시간을 살았어야 했다. 그것이 현재를 사는 나에 대한 예의였다.
여전히 우거운 마음이 지난 시간 속에서 머뭇거렸지만
비로소 방법을 찾은 듯했다. -172쪽

 

내가 하는 일, 내가 가는 곳, 내가 먹는 것, 내가 만나는 사람은 거의 정해져 있다.

그것을 깰 수 있는 건 여행뿐이다. -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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