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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 도넛
배정진 엮음, 트래비스 파인 원작 / 열림원 / 2014년 10월
평점 :
처음 이 <초콜렛 도넛>이라는 원작 소설이 영화로 나왔을 때, 예고편만으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두 남자의 동성연인과 그의 보살핌을 받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 세 사람 모두 세상의 편견과 차가운 시선에 맞서 살아나간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결국 영화를 접하지 못했는데, 책으로 먼저 만나게 되어 더욱 좋았다.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꿈을 지닌 채 게이바에서 여장을 하고 노래를 하는 루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긴 채 인정받는 검사로 활동하고 있는 폴, 그리고 루디의 옆집에서 마약중독자인 어머니에게 외면당한 채 쓸쓸하게 홀로 버려진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소년 마르코. 이 세 사람의 만남은 운명과도 같았고, 아름다운 영화와도 같았다.
길지 않은 가벼운 책의 두께는 그 자리에서 쉬지 않고 빠르게 읽혀졌다. 그리고 중간 중간 웃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하고,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가볍고 짧지만 깊이만큼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읽는 내내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응어리진 감정들이 계속해서 뒤엉켰다. 그리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나는 이제껏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편견을 갖은 시선으로 많은 것들을 바라보지는 않았던가. 세상의 냉대에 아픔을 가진 세 사람이 서로를 감싸 안으며, 사랑으로 서로를 지켜주는 모습들을 보며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실화라는 것에 더욱 깊은 여운이 남았다. 1970년대 말에 있었던 실화라 지금과는 더더욱 달랐던 보수적인 때였지만, 그들이 거둔 시선이 낳은 참담한 결과가, 마치 큰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잘못을 뒤늦게 깨닫는 무지한 우리네 모습과 같아서 가슴 아팠다. 영화로도 꼭 후에라도 다시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과정에서 폴이 판사에게 부르짖던 이야기가 계속해서 오래도록 남는다.
“판사님, 이래서야 판결을 내릴 수가 있겠습니까? 재판 내내 게이, 인형, 망할 드레스 얘기뿐인데, 왜 진짜 논점은 빼는 겁니까? 이 심리는 마르코를 위한 겁니다. 지금도 마르코는 환경이 맞지 않는 위탁소에 있고 죽을 때까지 거기에 있어야 할지 모릅니다. 입양할 사람이 없으니까요. 작고 뚱뚱한 지적 장애아를 세상 어떤 사람도 입양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만 빼고요! 우린 마르코를 진심으로 원하고 마르코도 우리를 사랑합니다. 우리는 마르코를 정성을 다해 좋은 사람으로 키울 겁니다.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최고의 양육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래도 부족합니까? 부모로서의 자격이 이걸로 부족하다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