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서 갑자기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까?

세상에서 갑자기 내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아무런 변화 없이 여느 때와 똑같은 내일을 맞게 될까?

 

 

서른이라는 아직 어린 나이에 뇌종양으로 죽음을 선고 받은 남자에게 자신의 모습을 한 악마가 나타난다. 하지만 남자와는 정반대로 쾌활하다 못해 다소 부담스러운 성격의 악마는 남자의 죽음에 대한 일종의 거래를 제시한다. 이 세상에서 한 가지씩을 없앨 때마다 남자의 생명을 하루씩 연장해 주기로 한 것이다.

누구나 죽음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악마의 이러한 거래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아직 살아온 인생이 고작해야 30년뿐인 남자에게는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너무나 많기만 하다. 이제와 지나간 일들과 하고 싶었던 미래의 일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후회와 미련을 만들어낸다.

 

 

/머지않아 죽는다는 운명을 나 나름으로 받아들였던 건 분명하다. 그런데도 막상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것이 아무리 터무니없는 거래라도 매달리게 되었다. 죽을 때는 발버둥치지 않고, 침착하고 편안하게. 나는 그러고 싶었고, 그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 죽음이 코앞에 닥치자, 지푸라기에라도(악마에게라도) 매달리고 싶어 하는 탐욕스러운 인간의 본성이 내 안에서 드러났다(본문 중에서)./

 

 

결국 남자는 악마의 거래를 승낙한다. 인간이 누구나 그러하듯이 살고 싶은 본능이 드러난 것이다. 전화가 사라진 세상, 영화가 사라진 세상, 시계가 사라진 세상… 없으면 불편한 것들과 친숙한 것들이 하나 둘씩 생명연장수단으로 사라져간다. 그리고 남자는 사라진 것들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킨다. 첫사랑과 주고받던 공중전화에서의 통화, 함께 보던 영화관, 어머니가 좋아하던 영화. 아버지가 운영하는 시계방에 대한 추억 등 모든 기억들이 하나씩 되살아난다. 이야기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내용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이토록이나 가볍고 위트 있게 표현해 내다니, 실로 재미있었다.

 

 

월요일: 악마가 찾아오다

화요일: 세상에서 전화가 사라진다면

수요일: 세상에서 영화가 사라진다면

목요일: 세상에서 시계가 사라진다면

금요일: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토요일: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일요일: 세상이여, 안녕

 

 

내가 살아온 삼십년 간, 과연 정말로 소중한 일을 해왔을까? 정말로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소중한 사람에게 소중한 말을 해왔을까?

눈앞의 것에 쫓기면 쫓길수록 정말로 소중한 것을 할 시간은 사라져간다. 그리고 끔찍하게도 그 소중한 시간이 사라져 가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시간의 흐름에서 잠깐만 멈춰서 보면, 어떤 전화가 내 인생에서 더 중요한지 금방 알았을 텐데.

 

 

누구나 더 이상의 삶이나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덜컥 겁이 날 것이다. 아직 하지 못한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죽음학 수업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배웠지만, 유서를 써보거나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보는 과정에서 현재의 삶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이 이야기의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껏 부질없는 것들을 쫓느라 진실로 소중했던 것들을 잊고 살았음을 깨닫는다. 소중한 시간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음을 말이다. 마지막으로 남자의 선택에 대한 악마의 대답이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대변한다. 마지막 죽음을 앞두고 소중한 것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이 세상이 충분히 아름다웠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고.

일본에서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하니, 영화로 나왔을 때 또 한 번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럴지도 모르죠. 그래도 당신은 마지막 순간에 소중한 사람이나 둘도 없는 귀한 것들을 깨달았고,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알았어요. 자기가 사는 세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새삼 다시 바라보는 세상은 설령 따분한 일상이었더라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것만으로도 내가 찾아온 의미는 있었을지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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