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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구슬
김휘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7월
평점 :
어제도 오늘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순간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던 내가 섬뜩하게 느껴졌다.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에서 이제는 조금의 소름끼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목격자, 아르고스의 눈, 괴담 라디오, 아트숍, 감염, 나의 플라모델, 동물소통중개소,
총 일곱 편의 단편들을 담고 있는 <눈보라 구슬>에서 이것은 주된 이야기로 등장한다.
해설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오래전 끔찍했던 유태인 학살에서 많은 유태인들을 학살했던
한 사람은 그저 위에서 시킨 일이었으므로, 자신은 절대 살인을 한 것이 아니라 주장했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나쁜 것인지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데에서 바로 끔찍함을 느낀다.
그것은 단편들 중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아르고스의 눈>에서 주인공은 왕따를 당하다가
새로 전학 온 아이로 인해 왕따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오히려 그 아이에게 가해자가 되어서
자신이 당했던 것과 같은 나쁜 행동을 하게 된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결국 그 아이는 자살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를 보니 얼마 전 있었던 '윤일병 사건'이 떠올랐다.
제3자의 입장이었던 모든 사람들을 분노에 빠뜨렸던 이 사건은 바로 이 이야기를 대변한다.
윤일병을 괴롭혔던 몇몇의 사람들이 바로 윤일병이 들어오기 전에 똑같이 당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자신이 당했던 그 아픔을 처절하게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그 처절하고도
나쁜 행동을 다른 상대에게 저지르는 것일까. 죄의식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 현실은 무섭게 돌변한다.
바로 이러한 적나라한 사실과 현실들이 이야기 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마지막 해설집을 읽으며 가장 가슴 깊이 와닿은 구절이 바로 '우리가 범인'이라는 것이다.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생각을 하지 않고, 옳고 그름조차 판단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것이 초래하는 끔찍하고 무서운 현실들이 바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현실 앞에서 범인이 될 수도, 혹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처음 접한 김휘 작가의 이야기들은 비현실적이면서도 철저하게 현실적이라 모호하다.
하지만 그 모호함 속에서 우리는 깨닫고, 의심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