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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ㅣ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평점 :
100세를 맞이한 주인공 알란 칼손. 양로원에서 준비하는 대대적인 생일파티가 있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알란은 창문을 넘어 양로원에서 도망친다. 그리고 우연찮게 맡게 된 큼지막한 트렁크 가방을 들고는, 자신이 타야 할 버스에 올라 48크로로 <뷔링에 역>으로 향하게 된다. 사건은 바로 이 트렁크 가방으로부터 시작된다. 알란은 버스에 올라 목적지를 향해 가면서 문득 자신이 왜 이 가방을 훔쳤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뭐, 인생이 연장전으로 접어들었을 때는 이따금 변덕을 부릴 수도 있는 일이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고 만다. 그리고 도착한 뷔링에 역에서 만나게 된 율리어스. 자신의 가방을 찾기 위해 찾아온 청년과 이어 벌어지는 각종 사고와 만남들은 꽤나 흥미롭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이야기는 알란의 현재 사고(양로원에서 창문 넘어 도망쳐 우연찮게 훔친 가방으로 인해 벌어지는)들과 알란의 과거 이야기들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알란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알란의 어머니가 했던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라고 했던 말은 알란의 인생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타당한 이유 없이는 절대 불평을 하지 않고,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알란의 인생사에는 항상 다채로운 사건사고들이 벌어지고, 알란의 단순하면서도 깊게 생각하지 않는 성격은 이러한 사건에 또 다른 사건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의 인생은 누구나 경험해볼 수 없는 파란만장한 사건들로 가득하다. 어려서부터 폭탄 만들기에 심취해 있던 알란에게 벌어진 사건들은, 실제 사건들과 실제 인물들이 함께 등장하면서 그럴싸하고도 흥미진진한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이야기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어려서 부모를 잃고 정신병원에서 지내다가 거세를 당하는가 하면, 잘못된 말실수로 수용소에 갇히는 등 그의 삶은 참으로 가혹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알란의 긍정적이고도 밝은 마음 때문이다. 인생을 즐기고, 사람들의 도움을 선뜻 받아들이며 불러들이는 사고에 대해서도 그저 물 흐르듯 헤쳐 나가는 알란의 모습들은 지금의 우리들에게 큰 깨달음을 선사한다. 그 자리에서 해결되지도 않을 일에 골머리를 앓아가며, 단순하게 사고해도 될 일을 깊게 생각해 스스로를 괴롭히는 우리들에게 그저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즐기는 알란의 모습은 그야말로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책을 읽고 난 뒤, 그 여운이 오래가 개봉한 영화로도 이 작품을 만났다. 영화 속 귀여운 할아버지의 모습에 책을 통해 느꼈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생각이 많은 요즘 사람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영화 속 마지막 무렵에 나오는 대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이 문장이야말로 백 세 노인인 알란 칼손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는 듯하다.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독자들이 백 세 노인의 철학과 모험에 가슴 깊이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각자의 삶과 행복이며, 그 무엇의 이름으로도 이 삶과 행복이 억눌리고 감금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리라…(5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