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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비로소 인생이 다정해지기 시작했다 - 일, 결혼, 아이… 인생의 정답만을 찾아 헤매는 세상 모든 딸들에게
애너 퀸들런 지음, 이은선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여자로써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모든 어른들이 말하듯 학창시절과 청춘의 시절에는 이 시기가 영원할 것만 같았다. 하고 싶은 것들은 많고, 또 해야 할 것들도 넘쳐나고, 그래서 의욕만 앞서거나 쉽게 제풀에 지쳐 포기해버린 수많은 것들. 그리고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 어릴 때에는 마냥 그것들을 스치듯 흘려보냈다. 무엇이 소중한 것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분별력 따위도 없었다. 그저 좋은 것과 싫은 것에 대한 차이에서 마냥 그대로를 즐거워했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흐르고 하나둘 씩 나이를 먹으면서 지난 추억을 되새김질 하고 ‘아, 그땐 그랬지.’ 혹은 ‘그래, 그때 그랬더라면.’과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저자 역시 스물 두 살의 나를 만나게 되면, 특별한 것들보다 있는 줄도 모를 만큼의 평범한 것들이 영원히 남는다고 말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소소한 행복과 작은 기억들이 더욱 아름답게 떠오른다. 어릴 적에는 그런 일상의 소중함을 몰랐다. 그저 좀 더 특별하고 돋보이는 것이 좋은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듯하다. 이것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조금은 깊어지는 생각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스물두 살의 나를 만나면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를 만큼 평범한 것들이 영원히 남는 법’이라고 알려줄 것이다. 이를테면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저녁, 정정당당한 경쟁, 한 통의 안부전화, 친구 같은 것들 말이다. 21쪽
돌이켜보면 있는 줄도 모르다가 우연히 들어선 길 같은 뜻밖의 일들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136쪽
남자들보다 여자들은 특히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두려움이 많다. 일단 외모적으로도 늙어간다는 것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지나온 세월에 대한 헛헛함에 외로움과 고독을 느낀다. 바쁘게 지나고 보니 어느덧 중년이 되었다는 말처럼, 우리네 여자, 어머니들의 삶은 바쁘고 치열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중년이 더욱 아름답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도 예순인 지금의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어쩌면 이제 인생은 다시금 지금부터 꽃피우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늘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고 과거에 얽매이게 되는 스스로에게 현재의 나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 소소한 일상들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일깨워준다. 그녀의 일상의 기록과 같은 이 이야기들은 지나온 과거, 머무르고 있는 현재, 앞으로 나아갈 길에 소중한 안내와도 같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이 더 좋다. 늙었지만 겸손해졌고, 느리지만 지혜로워졌으며, 누군가에게 어깨도 빌려줄 줄도 알고 기댈 줄도 아는, 지금의 내가 더 좋다. 지금이야말로 내 인생의 르네상스가 아니겠는가. 170-1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