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 테오, 180일 간의 사랑의 기록
테오 지음 / 예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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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도 좋으니, 찰나의 순간이라도 좋으니, 조금만 더 허락되기를.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시간. -9쪽

 

누군가를 만나, 기분 좋은 두근거림과 설렘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행복한 연애가 시작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행복은 길지 않았다. 원치 않는 이별에 아파해야 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했다.

 

900일의 연애와 180일 간의 사랑의 기록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여느 기록들과 비교해 독특하다. 일단 무엇보다 저자의 지난 사랑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 그러했고, 사랑에 빠진 그 순간부터 이별해야 했던 순간, 그리고 그녀에게 받은 아름다운 선물과 그로인해 완성된 두 사람의 사랑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연애, 이별, 선물, 안녕이라는 네 가지 이야기로 이어지는 이 기록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함께 사랑에 빠지고, 함께 이별에 아파하게 된다. 지난 사랑의 기록들을 들춰내고, 그 기록들을 떠올리며 잊고 있던 옛 사랑들에게 들리지 않을 안부를 전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의 그 기억 속의 나를 찾는다. 아련하고 풋풋했던, 행복했던 두 사람의 모습을.

 

‘하늘을 사랑해서 온통 푸르게 변해 버린 바다’보다 더 멋진 이유가 아니라면 알 필요가 없습니다. 삶이란 늘 그렇듯 단순하고 낭만적일수록 행복한 법이니까요. -40쪽

 

계절이 바뀌는 소리를 듣는 것만큼 사랑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 것도 낯설고 무서운 일입니다. -43쪽

 

이별은 몇 번을 경험해도 아프다. 온 세상의 아픈 것들은 모조리 내 속으로 들어온 듯, 찢어질 듯이 아프고 고통스럽다. 때때로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멍하니 정신을 못 차리기 일쑤다. 그 아픔은 점점 그리움이 된다. 모든 이들이 겪는 이별이다. 하지만 사랑의 기록들을 글로 쓰면서도,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도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았다고 하는 저자는, 오히려 이별 후 받은 180일 간의 선물이 구원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가 구원해 주었노라고.

 

전에 그런 친구가 있었다. 그렇게나 열렬하게 사랑했던 사람이었는데도, 그의 헤어지자는 통보에 슬퍼하기는 했지만 미련을 남기거나 매달리지 않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그렇게 사랑하더니 결국에는 식은 것이냐고, 주변 사람들이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말했다. 이미 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다 주었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고 말이다. 사랑할 수 있는 만큼 넘치도록 사랑했고,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다 주었으니 그걸로 된 것이라고. 그래서 일까. 저자 역시 180일 동안 그녀와 더욱 깊이 사랑하며 이별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그 완성된 기억으로의 사랑은 더 이상 서로와 나눌 사랑을 남겨두지 않았다.

 

지난 기억 속에서 문득 그리움으로 남겨졌던 그 사람과도 이별 선물을 함께 만들었다면, 완성된 기억으로 아름답게 웃을 수 있었을까. 지난 사랑을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 사랑에 성숙되는 과정을 담은 기록들은, 내 사랑과도 당신의 사랑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슬픔의 계절에 꽃을 꽂고 여기까지 나를 인도한 당신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단어를 고르겠습니다. 사랑은 이미 다했으므로 다른 단어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고맙습니다. 당신.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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