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밤에 본 것들

우리가 밤에 본 것들
재클린 미처드 지음, 이유진 옮김 / 푸른숲 / 2014년 1월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는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 모두가 잠든 고요하고 숨죽인 시간에 볼 수 있는 아득함을 누리며 사는 이들. 바로 이 <우리가 밤에 본 것들>의 앨리, 줄리엣, 로브의 이야기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앨리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이들이 밤에 겪고 보고 행하는 것들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이들 셋의 공통점은 모두 색소성 건피증, 즉 XP환자들이라는 점이다. 단 1분 조차도 햇빛을 쐬면 안 되는 이들에게 낮은 잠을 이루는 시간이었고, 밤이 되어서야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시간이었다. 더욱이 색소성 건피증을 앓는 사람들의 수명은 남들보다도 짧았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제약이 많은 탓에 이들 모두 남모르게 속으로 겪는 불안감과 무기력함이 존재하고 있었다.

특히 주인공 앨리는 늘 두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 달리 줄리엣은 늘 한 번 사는 인생, 마음껏 살고 싶노라고 했고 늘 두 사람보다 먼저 강하게 나아가고는 했다. 그런 그녀의 영향으로 ‘파쿠르’라고 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시작하게 된다. 난간에 오로지 두 팔로 의지해 이 건물, 저 건물을 넘나드는 모험은 이들 셋에게는 놀라운 모험이자 스릴이었고, 남들이 모두 자는 그 조용한 새벽, 그들이 낮에도 이루지 못할 경험을 한다는 짜릿함이었다.

그렇게 파쿠르를 만끽하던 어느 날, 이들은 한 펜트하우스에서 사건 현장과도 같은 소름끼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들에게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특히 앨리는 생명의 위험을 계속해서 느끼게 되면서, 이것이 줄리엣과도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점점 그 사건이 모습을 드러내고, 파헤쳐지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 친구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모험과 스릴뿐만 아니라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들을 그려나가는 이 작품은 스릴러인 동시에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색소성 건피증을 앓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삶을 원망하며, 인생을 허비하다 무기력하게 자살로 삶을 마감하거나 죽는 경우가 많은데, 앨리는 그들을 보며 이렇게 끝내지 않겠다고, 자신의 삶을 올곧게 바라보며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하루의 날들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오히려 너무 당연해서 하찮게 여겨지던 것들이 그들에게는 더욱 소중한 것임을 말이다. 가볍게 읽히긴 하지만, 그 가벼움 속에서 진지하고 깊은 깨달음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