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송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율리 체 지음, 장수미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방법'이라고 부르는 절대적이고도 독재적인 사회 체제에 살고 있는 사람들. 오로지 건강하고 깨끗한 사회 구현이라는 명목 아래 이들은 국가가 지시하는 영양섭취와 운동량을 수행해야 하고, 나아가서는 사적인 모든 것이 국가에 지배받게 된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과 면역 체계가 맞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이런 '방법'의 지배를 당연하게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모리츠와 같이 자유를 꿈꾸고 정해진 규칙을 벗어난 행동은 곧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고 감시를 당하게 된다. 그러던 중 한 여자의 죽음의 살인자로 지목당한 모리츠가 자살하게 되면서, 그의 누나인 미아 홀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그녀는 '방법'의 체제를 가장 잘 받아들이고 지켜 온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의 동생 모리츠와는 달랐고, 그래서 그녀는 때때로 동생을 이해할 수 없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동생 모리츠가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은 맞지만 절대 사람을 죽일 살인자는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점점 규칙적으로 지켜오던 삶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규칙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식사도 거르기 일쑤였고, 정해진 운동량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금기시되는 흡연까지 하게 되면서 그녀 역시 남동생처럼 감시를 받게 되고 소송에 휘말려 재판을 받게 된다.

 

그런 그녀를 옆에서 돕는 변호사 로젠트레터에 의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바로 그 역시 자유적인 사랑을 꿈꾸고 그런 변화와 혁명을 위해 기다려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자신과 면역 체계가 맞지 않는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방법' 체제의 신봉자인 크라머를 상대하기에는 상당히 힘들었다. 크라머뿐만 아니라 이미 미아 홀의 주변 이웃들까지도 그녀를 낭떠러지도 몰고 있었다.

 

굉장히 철학적이면서도 다소 어려울 것만 같은 이 작품은 여러 번 곱씹으면서 조금씩 우리들의 사상을 일깨우게 한다. 그리고 작가인 율리체가 말했듯, 다소 미래적인 작품 같아 보여도 이 작품은 현 시대의 우리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독재만 남아있는 방법은 자칫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 동시에,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가장 합리적인 체제로 보이지만 실상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가장 독재적이며 인권이라고는 조금도 남아있지 않는 구속이었다. 이러한 것은 현 시대의 우리들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전달한다.

 

법조인으로도 일하면서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발언하면서 책임감 있는 대표적 지식인으로 꼽힌다는 작가의 이력이 과연 대단했다. 그리고 그러한 작가의 이력은 이 작품을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토마스만 수상 작가라는 타이틀 역시 눈여겨보게 되는 부분이다. 오늘날 우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진실되게 기록되어 있는 '어떤 소송'은 현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많은 깨달음과 경고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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