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
모리 히로시 지음, 홍성민 옮김 / 작은씨앗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의 첫 표지를 펼쳐 넘기자마자 독자들이 보내는 이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에 대한 호평일색이 가득 실려 있다. 먼저 책을 읽기 전부터 이 평을 읽어야 할까, 말까를 두고 잠시 고민하던 나는 결국에 일단 먼저 읽고 보자는 마음으로 그 칭찬들을 넘겨버렸다. 그렇게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책의 첫 줄부터가 인상적이다.

“젊었을 때는 거의 없던 일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주 하늘을 올려다본다. 늘 그곳에 하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나이가 먹어서야 그런 당연한 사실을 의식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주인공의 삶은 어쩌면 지금의 내 모습 같기도 했다. 늘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좀 더 그럴싸한 것들을 찾기 위해 욕심을 냈고 주변의 소소한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쳐왔다. 그래서 잃어버린 것도 있었다. 이제 와서 그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달았음에도,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그러한 모든 것들을 이제야 나도 깨닫는다.

 

그 외에 수학과 물리를 좋아하는 주인공 하시바의 이야기는 조금 무관해 긍정의 이입이라거나 공감을 하기는 조금 힘들었다. 학창시절 내가 가장 못했고, 그래서 더욱 기피했던 과목이 바로 수학이나 물리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반대로 좋아했던 과목이 국어나 사회와 같은 것들이었다. 아무튼, 하시바의 이야기는 차례대로 빠르거나 서두르는 법 없이 천천히 이어나간다.

그 느낌이 간혹 느긋하기까지 해서 나른한 감정마저 들었다. 나른하다고 해서 그것이 졸리거나 따분하고 재미없다기 보다, 나른한 오후에 비치는 햇살처럼 포근하고 조용하고, 그래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나른함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 대학 시절 내 모습이 있었다. 다른 모습이었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내 모습을 상상하고 지난 나를 그려보는 일은 상당히 아련하고 소중했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기에 더욱 아련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기시마 선생을 만나면서 자신의 길에 확신을 갖고 더욱더 자신의 일에 몰두하게 되는 하시바의 모습을 보면서, 내겐 왜 이런 선생이 없었을까, 싶은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혹은 내가 찾지 못한 것이었을지도. 다 읽고 난 뒤에 가득한 추천글들을 보자, 읽고 난 내용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특히나 학창시절 보게 된다면, 인생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글에 나 역시 조금 더 이 책이 일찍 나와 만날 수 있었다면, 내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싶은 마음도 일긴 했다. 하지만 지금에라도 이 책을 만날 수 있게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격정적이거나 확 빨아들이는 큰 것이 담긴 책은 아니지만, 잔잔하고 조용한 감동이 조금씩 퍼져, 따뜻함으로 채워주는 깊이가 있는 책이다. 누구나에게 그 깊이가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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