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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평점 :
박완서 작가의 발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수록한 ‘노란집’. 따뜻한 느낌의 노란집과 따뜻한 마음의 고 박완서 작가의 감성이 그대로 맞물리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암으로 떠나기 전까지, 집필했다는 작품들은 옛 기억에서부터 최근의 기억까지 굉장히 따뜻하면서도 고향 냄새가 물씬나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소소한 일상을 다룬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 속에 취해 오늘의 힘든 하루도 위로받게 되는 기분이었다. 특히나 노부부의 삶에서는 어릴 적 유년시절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향수를 떠올리게 했고, 노인으로써 바라 본 이 시대의 썩은 모습들은 보는 내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예전부터 고 박완서 작가의 작품들을 하나씩 접하며 꽤나 공감하고 좋아했었다. 특히나 여성에 대한 작품을 많이 쓴 그녀를 존경했다. 여성의 작품들을 유년기, 성년기, 노년기로 분류해 읽었을 만큼 그녀의 작품을 좋아했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것 같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마저 그녀를 그립게 하는 통에, 그녀의 잊었던 작품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고 싶어졌다. 따뜻한 노란집에서 머물 그녀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함께해 보자.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나도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내가 속한 지구촌에는 지금 너무도 추악한 역병이 만연해 있다. 칼끝처럼 섬뜩한 증오와, 살의가 살의를 부르는 복수심으로부터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하찮은 것들을 예뻐하려는 것은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기 위함인지 당면한 공포를 슬쩍 외면하고 망각하기 위함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2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