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사랑이 다시 말을 건다며 달콤하고도 아련한 속삭임을 전하는 책은 실상 들여다보면 놀라우리만큼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된다. ‘아프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는 서정적인 가사를 지은 시인 류근의 산문집인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는 어쩌면 저자의 넋두리나 푸념, 혹은 인생의 쓴맛을 모아 엮은 쓰디쓴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그저 인생일 뿐이다. ‘시바’와 ‘조낸’을 붙여야하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인생이다. 것도 구차하고 씁쓸하고 사무치게 외로운 인생 말이다.

 

 

아무래도 나의 가장 큰 지병은, 술에서 풀려나고 나면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것, 어떠한 기다림도 내 것이 아니라는 것, 아침이 재앙이라는 것, 아침부터 치욕이라는 것.

(137쪽)

 

당신 문법의 아름다움은 어떤 슬픔에 대해서도

주어를 구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멸망에 대해 함부로 그리워하지 말라.

여기엔 누구도 껴안을 수 없는 나만의 피안이 있다.

곧 비가 내릴 것이고,

나는 아직 돌아가지 못하였다.

(147쪽)

 

 

술에 취하지 않고 맨 정신으로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법한 저자의 술 세계는 가히 놀랍다. 햇살이 좋은 날에는 햇살을 닮은 사람과,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닮은 사람과… 아무쪼록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술 잔은,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쭉 이어진다. 그런 그의 이야기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마침 묻고 싶었다. 왜 그렇게 술을 미치도록 마시느냐고. 그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아래 덧붙여 있다. 자기 자신을 깨닫게 하기 때문에 술을 마신다 라고. 결국 술 마시고 전 애인에게 전화하는 사람들 역시, 마시면 마실수록 더 외로워져서 그런 건가.

 

 

당신은 묻는다, 왜 술을 마시냐고. 나는 대답한다, 외로워서 마신다고. 당신은 다시 묻는다, 술 마시면 안 외로워지냐고. 나 또한 다시 대답한다, 마시면 더 외로워진다고.

그런데 그걸 알면서 왜 술을 마시냐고? 돌아갈 곳 없는 자가 돌아갈 곳은 결국 자기 자신밖에 없다. 술은 때로 그것을 가장 명징하게 깨닫게 해주는 도구로 쓰인다. 창밖에 또 술 온다. 비 한 잔하고 보자.

(180쪽)

 

 

비 내리는 월요일. 모든 게 용서될 것만 같은 날. 정말 저자의 말처럼 계속해서 입 속으로 뱉어낸 말에 어감이 좋다.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적당히 부스스 떨어지는 비와 회색빛 하늘, 떨어지는 빗소리와 훅 끼쳐오는 비 냄새, 우산을 쓰고 비에 젖은 땅을 밟고 비가 고인 웅덩이를 밟으며 음악을 듣고 사람들과 스쳐간다. 비 내리는 월요일은, 참 감성적이고 외롭고 슬프다. 그런데도 무슨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그런 설렘. 비 내리는 월요일에는 그것이 있는 것 같다. 비 내리는 월요일처럼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역시 외롭고 우중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로하고 기분 좋은 설렘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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