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핀란드 여행 - <카모메 식당> 뒷이야기
가타기리 하이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영화 <카모메 식당>으로 유명한 배우 가타기리 하이리 가 전하는 핀란드 이야기를 담은 책 <나의 핀란드 여행> 은, 단순히 떠난 핀란드 여행기가 아니라 가타기리 하이 리가 <카모메 식당>을 촬영하기 위해 핀란드에서 머무 른 한 달 동안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가타기 리 하이리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맛있는 음식 에 대한 식탐이 남달랐다. 아버지는 잘 먹는 딸의 모습을 보고 커서 희대의 술 잘 먹는 식통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 다고 하는데, 그와 달리 그녀는 식통이라고 할 만큼 미각 이 남다르거나 뛰어나지 않았다. 그보다 먹을 것을 보면 환장하는 식탐이 강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인지 그녀는 어디에 놀러가더라도 명물이라고 하면 그것이 무 엇이든 간에 꼭 먹어보아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안내 책 자에 실려 있는 맛 집이라고 소개된 곳에는 꼭 찾아가 보 았고, 모든 책과 인터넷을 동원해 맛 집을 검색하곤 했다 . 나는 은근히 맛 집에 대한 환상이 없고 오히려 거부감 이 있는 편이다. 그 이유인즉슨, 맛 집이라고 과장되고 화려하게 설명한 집들 중에 그 화려한 이름값을 하는 경 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 지역의 명물은 웬만해서는 먹어보려 하긴 하지만, 맛 집에 대한 기대감 은 드문 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찾아간 맛 집 에 실망했다고 하더라도 맛 집에 대해 검색하고 기대했 던 그 시간들에 만족한다고 하니, 오히려 대단하다는 생 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의 식탐답게 핀란드의 맛있는 음 식들에 대한 소개 역시 쏠쏠하게 나온다. 일단은 비행기 안에서 처음 맛보게 된 고무 맛이 나는 핀란드의 흔한 사 탕 살미아키다. 허브 맛도 나고 짠 맛이 강하게 나는 이 음식은 편의점에 가도 각양각색의 종류별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한 번쯤 맛보고 싶기는 한데, 자극적인 음 식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내게는 어쩐지 맞지 않을 것 같 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오히려 그보다는 핀란드 어 머니의 맛이라고 하는 시나몬 롤이 무척이나 맛있을 것 같았다. 특히나 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군침이 들 정도 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동이에 1리터씩 푸짐한 양으로 파는 딸기가 더욱 매력적이다. 핀란드어로 맛있는 음식 과 만났을 때에는 ‘휘바’라고 한다는데, 이 딸기는 그 ‘휘 바’라는 말이 무척이나 어울리는 맛이라고 한다. 그러니 더욱 그 달콤함이 유혹으로 다가온다.
이밖에 노면전차를 타고 박물관을 찾아가는 소소한 일상 과 영화를 찍으며 알게 된 핀란드의 젊은 배우 야르모 니 에미 군의 이야기, 핀란드의 현란한 밤거리, 클럽, 촬영이 끝난 날에는 농장 체험까지. 그녀가 핀란드에서 보낸 소 소한 일상과 이야기들은 이미 우리들을 핀란드로 이끌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면서 내 머릿 속에는 핀란드에 가면 꼭 이것은 해보겠노라는 목록들이 들어차 있었다. 어느덧 마음은 핀란드의 아름다운 자연 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배우인 그녀가 전해주는 핀란 드 이야기는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녹아 있는 그 대로의 모습을 전해주었고, 그것이 따뜻한 감성으로 느 껴졌다. 어쩐지 이 책을 보고 나니, 가고 싶은 여행지 목 록에 핀란드가 추가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