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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익히 들어왔던 수많은 명작들 중의 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던 터라, 반갑고도 부끄러운 마음으로 첫 장을 시작했다. 최근 영화화도 된 터라 그런지 몰라도, 많은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많은 책들 중 열림원의 위대한 개츠비는, 무엇보다 띠지에 쓰여 있는 ‘한국 최고의 번역가 김석희’라는 문구가 책을 읽기에 앞서 믿음직한 신뢰성을 부여한다. 생각보다 두툼하지는 않은 대략 300페이지의 분량이라, 한 자리에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어 부담이 없었다는 것도 좋은 점이었다. 블랙의 깔끔한 표지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중반부 정도까지는 꽤나 집중이 되지 않아, 읽던 페이지를 다시금 되짚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개츠비의 존재가 드러나면서부터, 그리고 개츠비의 사랑인 데이지와의 이야기가 구체화되면서 점점 이야기에 빠져 들게 되었다. 가난하고 가진 것 없는 청년이었던 개츠비가 사랑했던 부유한 상류층의 그녀, 데이지. 그리고 5년간의 헤어짐 뒤에 만남, 그 사이 이미 데이지 옆에 있는 상류층의 남자, 톰. 그리고 톰의 정부인 윌슨 부인과 정비소로 일하는 그녀의 남편인 윌슨까지. 꽤나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며 서로의 관계 속에서 얽히게 된다. 그리고 줄곧 ‘나’의 시선으로 이야기 되는 캐러웨이.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커다란 저택에서 파티를 벌이는 개츠비, 그리고 그 숨 막히고도 현란한 곳에 모이는 상류층의 사람들. 모든 것이 캐러웨이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위대한’ 개츠비는, 역자의 말처럼 오직 ‘사랑’이라는 꿈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그것에 위대할 뿐, 실상 들여다보면 꽤나 씁쓸하고도 치졸한 구석이 많다. 그러니 ‘위대한’이 아니라 ‘대단한’ 개츠비라는 말이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가 위대한 개츠비를 쓰고 있던 몇 달 만큼은, 예술적 양심을 순수하게 유지하던 유일한 시기라고 말했듯이, 개츠비의 오직 하나 밖에 모르는 사랑이 때로는 순수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너무 순수하고 일방적이어서 답답할 지경으로 말이다. 자신이 없던 5년 이라는 그녀의 시간을 돌리려고, 그리고 돌릴 수 있다고 부르짖던 개츠비.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돌릴 수는 없다고 말하는 데이지. 결국 비극적 결말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물인 것처럼 씁쓸하기만 했다. 전체적인 글과 문장이 섬세하고 때론 아름답게 기록 돼, 천천히 다시 한 번 읽어 볼 요량이다. 그리고 아직 보지 못한 영화 역시 찾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