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형이 죽어야 우리 가족은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

침대에서 20년 동안 내려오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뚱뚱한 남자 맬컴

그의 동생이 이야기하는 이상한 우리 형, 그리고 이상한 우리 가족 이야기

 

‘침대’는 20년 동안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은, 6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의 남자 맬컴의 ‘동생’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그는 어려서부터 줄곧 ‘맬컴 애드의 동생’이라는 호칭으로 더 많이 불릴 정도로 형의 시선에 가려진 채 살아왔다. 그것은 맬컴이 20년 동안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으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이슈가 되면서 더욱 그러했다. 책 표지에서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동시에 20년 동안 침대에서 나오지 않은 남자라는 이야기의 핵심 문구가 굉장히 자극적이면서 궁금하고, 독특하다. 처음 표지에 매료되고 문구에 매료된다. 이어 책을 읽어나가면서부터는 동생의 담담한 듯한 표현과 맬컴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비롯해 저자의 섬세한 표현력에 감동한다. 요 근래 읽었던 작품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 더욱 흥분되었다.

 

“지금 이 순간, 네가 남길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할래? 네가 훗날 아무것도 남길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너를 기억할 사람은 아무도 없고. 너를 기억할 만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도 없다면? 네가 그저 과거에 있던 누군가와 전혀 구별되지 않는, 흔해 빠진 인간일 뿐이라면?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결국 이 말을 끝으로 맬컴은 25살의 생일 날 이후 침대에서 나오지 않게 된다. 늘 어려서부터 독특하고, 세상에서 가장 먼저 무언가를 이루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세상을 구하고 싶어 했던 맬컴.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는 여느 사람들처럼 직장에서의 반복된 삶을 반복하고, ‘루’를 만나 결혼해 살아갈 운명에 처했다. 맬컴은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봐에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택하고 말았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보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말이지, 저자의 깊이와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더욱이 그런 맬컴을 통해 바라본 가족들 개개인의 모습과 변화 역시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반전보다는 읽어갈수록 그 깊이를 더하고 후에는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의 진실성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침대’는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의 처녀작이라고 하는데, 앞으로의 그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기대되고 기다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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