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나를 찾아줘. 그 간절한 듯한 외침은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간략한 책소개와 함께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결혼 5주년이 되던 날, 사랑스러운 에이미가 사라졌다!’ 스릴러 소설에서 얼마나 필요한 문구인가. 아주 행복하고 좋은 날, 그런 날에 사라진 그녀. 처음 이 책은 그녀 에이미와 그녀의 남편인 닉에 대해 교차적으로 그려낸다. 사라진 에이미가 남긴 일기들과 그녀가 실종되고 하루, 이틀 흐르는 시간 속에서 닉이 하고 있는 것들을 보여준다. 에이미는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에게나 사랑받으며 자라왔다. 그녀의 부모님들은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책으로 한때 잘나갔다. 그 덕택으로 주인공인 에이미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언제나 완벽한 에이미(책 속의 주인공)로서의 삶을 완벽하게 해내야만 했다. 특히나 외동딸로 자란 그녀는 부모에게 언제나 완벽 그 자체였다. 반면 닉은 쌍둥이 여동생 ‘고’와 함께 자라며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랐으며 늘 자신의 완벽한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자잘한 거짓말들에 능통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고, 어딘가 어색하게 꾸며진 듯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런 두 사람이 우연찮게 만나, 첫눈에 반했고 사랑을 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5주년이 되는 기념일 날, 에이미가 사라진 것이다!

이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어마어마한 양을 자랑한다. 하지만 스릴러물이라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처음 250페이지 가량까지는 이상하게도 속도가 붙지 않아 며칠에 걸쳐 느긋하게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 300페이지가 넘어서면서부터는 차츰 흥미로운 반전과 전개로 이어지면서 속도가 붙어 반 이상을 그 자리에서 읽어 버렸다. 사실 초반에는 에이미를 가엾게 동정하며 닉을 질타하고 화가 났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어마어마한 반전이 숨어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 반전 이야기는 이 책을 꼭 읽으면서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사람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때, 그것이 조각나기 시작할 때, 그것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문득 그런 말이 생각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면, 우리는 그 혹은 그녀의 완벽한 이상형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래서 모든 것을 그(그녀)가 좋아할 말들을 떠올리고 꾸미고 치장한다. 그 속에 자신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에이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닉이 반한 ‘에이미’가 아니었다.

“닉은 나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가 사랑한 것은 진짜 내가 아니었다. 닉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여자를 사랑했다. 나는, 내가 종종 그러듯이, 특정한 인격을 가장하고 있었다. 나도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늘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어떤 여자들이 정기적으로 패션을 바꾸듯, 나는 인격을 바꾼다. 어떤 페르소나가 기분이 좋을까, 남들이 어떤 걸 갈망할까, 요즘은 어떤 게 유행이지? 341-342쪽.”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내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은 채 온전한 내가 존재하기를 바란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 역시 마찬가지로. 누군가로 인해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것만큼 비참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것도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이 스릴러 안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녹아 있고, 지독하고 미친 광기가 서려 있다. 계속해서 독자를 빨아들이는 치밀하고 계획적인 진정한 스릴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