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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철학법 - 프로이트에서 뒤르켐까지 최고의 인문학자들, 여행의 동행이 되다
김효경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마주했을 때, 철학과 여행이라는 것에 어떤 연관성이 있나 꽤나 몇 번이고 곱씹어 보았다. ‘여행자의 철학법’ 꽤나 독특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그 독특함에 끌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여행자’라는 말에서 요즘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여행 에세이를 떠올렸다. 여행지를 찾아가 절절하게 느끼는 가슴 떨림 내지는, 현실에서 떨쳐내지 못한 무력감과 고뇌, 지나온 인생을 되뇌어볼 수 있는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들. 그래, 처음에 내 기준에서 이 책은 그랬다. 여행지에서의 감성에 철학을 조금 가미한 그 정도의 여행 책 정도가 아닐까 하고.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내 생각이 완전히 빗나가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책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철학 책도 아니다. 두 가지가 오묘하고 적절하게 뒤섞여 제목 그대로 여행자의 철학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읽는 내내 흥미로움과 재미에 빠져들었고, 늘 복잡하고 어렵게만 여기던 철학에 매력을 느꼈다.
흔히 한두 번 정도는 들었을 법한 프로이트, 오컴, 베이컨, 데카르트, 마르크스, 랑케의 철학자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의 글을 취하고 있는데, 새롭고 낯선 동시에 흥미롭고 재밌었다. 그들의 사고를 고스란히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고 있어 전혀 부담이 없었고, 이해하기 쉬웠다. 동시에 나 역시 마음속으로 그들의 대화에 참여해 함께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많은 이야기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화는 프로이트와의 ‘무의식과 외로움’에 대한 것이었다. 이탈리아 아시시에 도착해 꿈꾸던 그림 조토의 프란체스코 연작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나 꿈꾸던 그림이었음에도 그는 퇴색하고 부서져있기까지 한 그림을 허무하게 지나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오래된 꿈이 종종 그렇듯, 스스로를 위로하며 가슴 떨리던 시절을 지나치듯 그렇게 지나친 것이다.
그리고 성당을 나와 일요일 아침의 눈부신 햇살 속으로 나섰을 때 그는 울컥 울음이 터질 듯했다. 그때 그는 자신처럼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일요일 아침 아시시에 모인 사람들은 그 울음을 이해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음이었지만, 이해할 수 있는 울음이었다. 우리는 시시때때로 이유를 알 수 없는 무의식의 행동을 경험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사진 속 그가 앉아 울었다는 돌계단을 바라보며 오래도록 가슴이 저릿했다. 알 수 없는 아픔과 떨림.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오래도록 여러 생각이 뒤엉켜 머리와 마음을 헤집었다. 한 번 읽은 것으로 다스리기에는 벅찬 느낌이었다. 몇 번이고 다시금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참여해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독특하면서도 꽤나 흥미진진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