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에쿠니 가오리.가쿠타 미츠요.이노우에 아레노.모리 에토 지음, 임희선 옮김 / 시드페이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일본 최고의 여류작가 4인의 만남. 그들이 유럽의 작은 마을을 다녀와 써내려간, 음식과 치유에 관한 소설. “당신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요?”
마음과 갈등, 오해와 집착, 고집스러운 감정들이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 그곳에는 언제나 따뜻한 요리가 함께했다.
  


“그 사람들이 내 요리를 멀리한 것처럼 나 또한 바로우 집안의 식탁에 등을 돌렸다. 메밀가루로 만든 갈레트. 당시의 나에게 그것은 화려함이 결여된, 지나치게 인색하기만 한 인생의 상징이었다.” -모리 에토 <블레누아>
 


“가방 속에서 미네스트로네가 들어 있는 밀폐 용기를 꺼낸다. 물론 카를로는 이 수프를 먹을 수 없다. 다만 애착을 가졌던 음식 냄새개 의식을 깨워줄 수도 있다고 누군가가 나에게 말해준 적이 있기에 가져와 보았을 뿐이다.” -이노우에 아레노 <이유>
  


“도망치고 도망쳐서 이제 완전히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도 나는 여전히 그 가족의 일원이다. 엄마가 만드는 일상적인 음식과 아버지가 만드는 화려한 요리 그리고 친척들이 함께 둘러쌌던 식탁은 어쩔 수 없이 내 안에 존재한다. 그런 것들로 내가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가쿠타 미츠요 <신의 정원>
 


“내 생각에 같은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의미 있는 행위다. 아무리 섹스하는 사이라도 별개의 인격이라는 사실을 바꾸지 못하는 두 사람이, 매일같이 똑같은 음식을 똑같이 몸속으로 집어넣는다는 행위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에쿠니 가오리 <알렌테주>
 


이 책을 읽는 내내 유럽의 아련한 풍경과 달콤하면서도 강하게 후각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가 절로 느껴지는 착각이 일었다. 다른 여류작가 4명이 ‘음식’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데, 그것이 한 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사실 이 작가들 중 에쿠니 가오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접해보는 작가들이었다. 하지만 모든 작가의 글이 섬세하게 감정적인 부분을 음식과 어우러져 이야기하고 있어, 읽는 내내 편안하게 함께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먹는다는 행위는, 우리에게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늘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다양한 맛 집을 찾아다니고, 여행을 가기에 앞서 그 여행지의 맛 집을 찾아 꼼꼼하게 메모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거기에 여행의 묘미도 있다. 에쿠니 가오리가 말했듯 함께 같은 음식을, 한 식탁에 앉아 먹는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지막 최후의 만찬을 통해 지긋지긋하기만 했던 가족들과의 식사를 되새기고, 누군가는 바람을 피운 애인과 여행지에서의 만찬을 즐기며 관계에 대해서 생각한다.  


함께 음식을 나눠먹으며, 어떤 관계를 맺고 감정을 교류하는 식탁이라는 공간. 내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긴밀히 음식을 나눠먹으며 감정을 교류했었던가. 내겐 소울 푸드가 무엇인가. 사람과 사람간의 이야기가 맛있는 음식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아름다운 작품들이었다. 또한 일러스트가 함께해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욱 자아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