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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ㅣ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오은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11년 3월
평점 :
이처럼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시도해보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각자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한 가지 명심할 점은 순간적으로 마음이 들끓었다가 사그라지면 그만두기에는 이 세계의 매력이 너무 강렬하다는 것이다. 특히 맛을 봤다면 더더욱 끊기가 힘들다. 엉거주춤하느니 차라리 제대로 정면을 바라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림을 왜 그리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면 어쩌면 당신은 더더욱 큰일 났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보시라. 진정한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는 잘 알 것이다. 뒷일은 책임 못 진다. 중요한 건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시작이니까. -23쪽
어려서부터 유독 그림에 대해 동경과 같은 마음을 품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 보니 어쩌면 그때의 그 동경은 ‘나도 정말 그림 잘 그리고 싶다’였다. 내 기억에는 남아 있지도 않은 유년시절의 기억이지만, 부모님께 듣기로는 여자아이들이 다니는 그 흔한 피아노 학원을 보내줬더니 기어코 미술학원에 보내달라고 졸랐더란다. 그래서 기어코 미술 학원에 다니고 나서야 한껏 기분이 좋아 내내 웃었다고. 그 얘기를 듣는 내내 어찌나 재미있고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아마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대해 일가견은 없어도 관심과 애정은 무한대였었나 보다. 그렇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잠깐 미술 학원을 경험한 뒤로는 한 번도 그림을 접하지 못했다. 그러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우연찮은 기회에 미술부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그 당시 내 그림 실력이란, 정말이지 웬만큼 그린다는 초등학생의 그림 실력에도 못 미쳤었던 것 같다. 헌데 그 순간에는 왜 그다지도 재미있고 즐거웠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 당시에는 정말 잘 그리고 싶다 보다는 하얀 종이 위에 알록달록 끄적이는 것이 재미있고 행복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다시금 그림이 그리고 싶다. 사실 시시때때로 늘 그림이 그리고 싶었지만, 늘 핑계 아닌 핑계를 들먹이며 손을 놓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헌데 이 책을 마주하고 나니 더 이상 주저하던 어려움에 조금씩 해답이 보이는 것 같아 용기가 생겼다. 일단은 나는 왜 그림이 그토록이나 그리고 싶었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 때문에 지난 과거의 내 모습을 그리며 행복해 할 수 있었다. 또한 그로 인해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이유는 아주 단순하고 명쾌하게 결론지어졌다. 바로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즐겁고 행복하다는 거다. 그것 말고 어떤 해답이 또 있을까. 이 책은 일단 완전한 초보자에게도 쉽게 그림에 다가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그림이라는 것은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고, 때문에 누구나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주저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주저함 마저도 친절하게 다독이며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즐거웠고, 끝에는 미술 도구들의 설명 및 사용방법까지 친절하게 이야기 해주고 있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이젠 이런저런 변명보다 어느 순간이라도 노트와 펜을 꺼내 마구 끄적여 볼 수 있을 것 같다. 늘 즐거운 마음으로! 그렇게 한참을 그리고 난 후 이 책에서 알려주듯이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지 다시금 물어보고 싶다.